| <편집자주> 요즘 북한 장마당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북적거려야 할 장마당이 한산한데, 물건을 사려는 사람만 줄어든 게 아니라 물건을 파는 매대도 썰렁하다는 겁니다. 북한 당국의 시장 통제가 점점 더 심해지면서 시장이 활기를 잃고 있다는 게 내부 주민들의 이야깁니다. 주민들은 나름의 대안으로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장사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데일리NK는 이 같은 변화가 북한 경제와 주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

북한 당국의 시장 통제가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다. 운영 시간부터 판매 품목과 가격까지 단속이 심화돼 주민들의 불만도 누적되고 있다.
복수의 데일리NK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전역에서 일제히 치러진 모내기 전투가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배추나 고추 등을 심는 남새(채소)전투를 명목으로 시장 운영 시간을 정상화하지 않은 지역들이 적지 않다. 시장 활동보다 농번기 인력 동원을 우선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 개장 시간은 아침 9시, 오후 1~2시 혹은 저녁 6시 등 각기 다른데, 각 시·군 인민위원회 상업부가 시장관리소와 협의해서 시장 운영 시간을 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시장관리소는 상인들에게 부과하는 장세를 최대 30배까지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본래 장세는 시장에서 매대를 빌려주는 대가로 매일 상인들에게 부과하는 세금이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공식 시장 밖에서 좌판을 깔고 장사하는 상인들에게도 장세를 부과하고 있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장세 최대 30배까지 폭등…상인들 시장 밖으로 ‘탈출 러시’)
장세는 지역과 시장마다 다른데, 일반적으로 공식 시장 안에서 장사를 하면 최소 북한 돈 1만 5000원을 내야 하고, 장사가 잘되는 시장 입구는 장세가 5~6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장 운영 시간이 줄어 2~3시간만 장사를 할 때도 장세는 4000~2만원씩 꼬박꼬박 내야 한다. 이에 황해북도 소식통은 “장사도 안 되는데 무조건 장세는 받아 가는 시장관리원이 꼴보기 싫어 장사에 아예 안 나가는 장사꾼들이 많다”며 “장마당까지 나가서 이런저런 단속에 시달리며 장사하는 것보다 집에서 파는 게 낫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가 크게 오른 데다 운영 시간도 불규칙하고, 판매 품목이나 가격을 두고 시장관리소의 간섭도 심해 시장에서의 장사 활동을 포기하는 상인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수남시장에서는 매일 아침마다 시장관리소가 지시 가격표를 상인들에게 포치한다는 전언이다. 이 가격은 시 인민위원회 상업부가 책정하는 것으로 고기, 두부, 달걀, 채소, 곡물 등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물품에 대한 가격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극심하게 통제하는 품목은 단연 ‘쌀’이다. 시장관리원들은 수시로 곡물 매대를 돌며 곡물을 얼마에 팔고 있는지, 정해진 하루 판매량을 초과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면밀히 감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해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사리원의 한 시장에서는 곡물을 판매하는 상인이 하루에 판매할 수 있는 양을 25kg 내외로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하루 100kg 이상 곡물을 판매하던 상인들에게 하루 20kg 내외만 판매하라는 지시는 상인들의 장사 의욕을 잃게 만들고 있다.
특히 북한 당국은 인근 양곡판매소의 쌀 판매와 연계해서 시장 쌀 판매를 통제하고 있다. 양곡판매소에서 식량 판매가 이뤄질 때 시장의 쌀 상인들에 대한 통제도 강해지는데, 양곡판매소의 쌀 판매량이 적을 때는 시장의 판매량을 조금 더 늘려주지만, 가격은 올리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장사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시장의 일일 쌀 판매량과 가격을 통제하는 이유는 북한에서 쌀이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품목이고, 쌀값이 곧 경제 안정성을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한은 2023년 말 임금을 대폭 상향 조정하면서 늘어난 현금 유통량이 쌀값 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곡물 가격을 민감하게 통제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임금 인상②] 물가 전반적으로 상승…경제적 양극화도 심화)
이렇게 당국이 시장 쌀 판매에 대해 통제를 대폭 강화하자 상인들은 시장에 나가지 않고 암암리에 거래하고 있다.
그러자 그동안 억눌렸던 시장 곡물 가격은 더 큰 폭으로 폭등하는 양상이다. 수년간 1kg에 5000~6000원 가격대를 유지했던 시장 쌀 가격은 지난해 말 8000원대를 넘어섰고, 이후에도 지속 상승해 이달 초에는 쌀값이 1만 3000원대까지 치솟은 상태다.
평양 소식통은 “가만히 두면 인민들이 알아서 살 텐데 왜 장마당을 휘저어 놓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장마당 통제해서 사람들이 쌀도 고기도 살 데가 없어지면 나라가 엉망이 되는 걸 국가만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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