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 최대 30배까지 폭등…상인들 시장 밖으로 ‘탈출 러시’

장세 부담에 탈(脫)시장 행보 나서는 상인들 늘어…개인집 매대나 전화 주문, 자전거 배달로 돈벌이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한 장마당.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시장 ‘장세’(시장세금)를 대폭 인상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비공식 거래가 확산하는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12일 데일리NK 황해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중순부터 사리원시 시장의 고정 매대 사용자는 하루 최대 북한 돈 6만원에 달하는 장세를 부담해야 하고, 일명 메뚜기 장사꾼이라 불리는 비공식 상인들도 최소 6000원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루 최대 6만원은 이전 장세(최대 5000원)에 비해 무려 30배 증가한 것으로, 이 때문에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는 “먹고 살기 위해 장에 나오기가 더 두려워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모내기 총동원 기간 시장 운영 시간이 축소됐지만, 장세는 그대로 부과돼 상인들의 생계 부담이 더욱 가중됐다고 한다.

이는 사리원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신의주 시장 장세도 자리당 하루 3000원에서 6000원으로 2배 상승했으며, 일부 고수익 상인들은 하루 1~2만원을 장세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장세 인상은 세외수입 확대라는 북한 당국의 정책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에 있을 9차 당대회 전에 주민과 시장에서 유통되는 자금을 흡수해서 주요 전략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황해북도 소식통은 “국가가 장세를 이렇게 올린 건 내년 당대회 전까지 돈 모으자는 것 아니겠냐”면서 “건설이니 군사니 과학이니 뭐라도 해놨다고 보여주려면 돈이 있어야 하니까 주민들 장사해서 번 돈으로 그걸 조금이나마 메꾸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장세를 크게 올린 배경에는 지난해 월급을 대폭 인상한 데 따른 시장 구매 수요 증가와 시장 매출 증가로 명분을 확보했다는 판단이 깔려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주민들의 구매력 향상에 따라 과세 기반을 재정비하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인상된 월급이 실제로는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소식통은 “국가가 월급을 대폭 올렸으니 장사도 잘될 것이라는 논리에서 장세를 올린 것일 것”이라면서 “그러나 사리원 등지에서는 여전히 인상된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주민이 많고, 이런 상황에서 상인들은 세금만 더 내게 됐다고 불만을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예전엔 번 만큼의 10~12%를 장세로 내는 게 원칙이었는데, 지금은 무작정 많이 바치라고 하는 것 같다”면서 모호해진 과세 기준에 대해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 공개적으로 반발하기보다는 탈(脫)시장 행보에 나서는 상인들이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장세를 내야 하는 시장 대신 ‘개인집 매대’, ‘전화 주문’, ‘자전거 배달’ 등을 하며 비공식적으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장세를 안 내려고 구루마(수레)꾼에게 부탁해 물건을 전달하거나 본인 살림집에서 직접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면서 “장에 나오는 것 자체가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