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배기 자리 뺏길라…출산 열흘 만에 서둘러 복귀

생계 부담에 법적으로 보장된 산전산후휴가도 반납…몸조리 할 여유도 없는 北 여성들

북한 출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아들딸들을 많이 낳아 훌륭히 키우는 것이 조국의 미래를 키우는 애국 사업이며 나라와 민족의 전도와 관련되는 중요한 문제”라며 여성들에게 출산과 육아를 장려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법적으로 임산부의 산전산후휴가를 보장하고 있지만, 출산한 여성들은 오히려 이를 반납하고 조기에 복귀하려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도가 있어도 현실의 임산부들은 생계 부담 등의 이유로 이를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사회주의 노동법에 따라 임신하고 출산한 여성들이 산전과 산후에 휴가를 보장받을 수 있지만, ‘먹을 알’(실속)이 있는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은 열흘이나 보름 정도만 쉬고 바로 다시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을 해야 생활이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사회주의 노동법’(제66조)에 산전 60일(2개월), 산후 180일(6개월) 등 총 240일(8개월)의 휴가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 규정은 근무 기간과 관계없이 모든 여성 근로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현실의 여성들은 직업군과 직장의 환경에 따라 자발적 또는 암묵적인 압박으로 법적으로 보장된 산전산후휴가를 반납하고 조기에 복귀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부수적인 수입이나 이권을 얻을 수 있는 ‘알짜배기’ 자리일수록 여성들의 휴가 반납이 일상화돼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공장이나 농장에 다니는 여성들은 비교적 휴가를 사용하는 편이지만 보위부 식당처럼 먹을 알이 있는 자리나 무역회사, 수입이 있는 직장 장부(회계)를 다루는 여성들은 자리를 오래 비우면 그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그는 “경리나 부기 같은 자리는 아무나 맡을 수 없는 데다, 간부들이 대신할 다른 사람을 지정하면 복귀 자체가 어려워진다”면서 “그래서 해산(출산)을 하고도 눈치를 보며 서둘러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함경북도의 한 군(郡) 보위부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이 출산한 지 열흘 만에 복귀하는 일이 있었다. 보위부 식당에 다니면 생활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 여성은 몸조리 같은 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서둘러 복귀했고, 수유할 시간마다 친정엄마가 아기를 데리고 식당까지 직접 찾아와 젖을 물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북한에는 “해산하고 오래 쉬는 건 별 볼 일 없는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이라는 말이 보편화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런 ‘별 볼 일 없는’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도 출산 휴가를 받았다고 마냥 쉬는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 기간에 장사 등을 하며 다른 돈벌이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누구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산전산후휴가를 반납하고, 누구는 휴가를 받았지만 생계를 위해 장사에 나선다”며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 제도를 맘껏 누리며 자신들의 건강을 돌보거나 몸조리를 제대로 할 여유조차 없는 것이 지금 여기(북한) 여성들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