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된 북한 군인들의 부모들을 데일리NK가 인터뷰했습니다. ‘유학훈련 갔다’, ‘조국을 대표해 훈련간다’고 들었지만, 실제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 내몰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부모들. 이들은 여전히 자식의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소식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총 3편으로 나눠 파병의 실체와 가족이 겪는 고통, 국가의 책임 회피와 보상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자 합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파병 북한군 전사자의 유해가 든 관을 붙잡고 울먹이는 장면이 최근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지만, 여전히 파병 군인의 부모들은 자식이 어떻게 됐는지, 언제 돌아올지 아무런 정보도 없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평안북도 주민 A씨는 데일리NK에 “언제 돌아온다는 말은 없다. 1년이라고 했다가 지금은 더 연장됐다는 소리도 들었다”며 오락가락하는 이야기에 피로감을 드러냈다.
아들의 파병 사실을 사후에 알게 됐다는 함경남도 주민 B씨는 북한 당국의 말을 더는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부대에서도 잘 모르는 것 같고, 비밀 엄수 분위기다. 로씨야(러시아) 전쟁 이야기만 찾아 듣고 있는데, 정세가 안 좋아 계속 남겨둔다는 말만 들린다”며 “(아들이) 이미 화장돼 가루로 들어와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힘겨워했다.
심지어 부모들은 파병 군인의 귀환 사례도, 전사 통지도 없다는 점에서 더 속을 태우고 있다.
A씨는 “부상자가 집으로 돌아온 실례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면서 “작년부터 올해 사이 전사증이나 사망통지서를 받은 가족이 있다면, 그건 로씨야 파병이 아니라 일반 부대 군인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B씨는 “부대에서 전사통지서를 아직 보낸 적이 없다고 들었다. 그래서 아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부상 당했는지, 지금 로씨야에 있는지도 알 수 없다”면서 “부대도, 국가도 믿을 수 없다”며 깊은 회의감을 내비쳤다.
이처럼 북한은 파병 군인의 가족들에게 최소한의 통지나 상황 공유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식이 아직 러시아 현지에 있는지 아니면 이미 돌아왔는지, 사망했거나 다쳤는지 아니면 멀쩡히 잘 지내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는 부모들은 하루하루가 고역이라 토로하고 있다.
돌아오지 않는 자식, 남겨진 부모의 외침
파병 군인의 부모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국가를 향해 간절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충성’이라는 미명 아래 자식을 군에 보내며 품었던 믿음이 절망으로 바뀌어 가는 조짐도 나타난다.
A씨는 “당과 수령, 조국과 인민을 위해 아들을 조국 보위 초소에 보냈다”며 “몸 성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당에 아들을 부탁했지만, 부모의 마음도 돌봐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만약 전사했다면 어떻게 죽었는지, 마지막 소지품이나 편지라도 넘겨주는 것이 도리 아니겠느냐”며 “국가에 아낌없이 바친 자식인 만큼 약속했던 보상과 귀환의 길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B씨는 보다 격하게 호소했다. 그는 “20대 아들을 전쟁터에 보냈는데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무것도 모른다”며 “기념비 얘기부터 흘리지 말고, 먼저 명단을 발표하고 부모들에게 알려달라”고 했다.
이어 그는 “군사 비밀이라고 해도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니면 부상을 당했는지 만이라도 알려달라”며 “당을 믿고 아들들을 보낸 부모들은 지금 무섭고 슬픈 감정이 뒤섞여 있다”고 했다.
한편으로 부모들은 만약 아들이 건강하게 돌아온다면 출셋길이 열릴 것이라 기대하는 마음도 드러냈다.
A씨는 “귀국하면 무조건 입당 시켜주고 간부사업 양성 대상자로 지정된다 들었다”고 말했고, B씨는 “살아 돌아와서 정말 나중에 무역 부문이든 보위부 쪽으로 ‘외국 근무자’로 왔다 갔다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거 보면서 잘 살면 좋겠다”면서 “아들이 목숨을 내놓고 조국의 명령을 받들어 싸웠는데 그렇게 안 해주면 부모로서 너무 억울하겠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러시아와의 협약 아래 파병을 대가로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외화를 확보하면서도, 정작 도의적, 책임적으로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기나긴 침묵 속에서 파병 군인 부모들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2025년 4월 기준 러시아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를 4700여 명으로 추산했으며, 이 중 약 600명이 전사한 것으로 파악했다.
본보는 최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오는 27일 ‘전승절’로 일컫는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을 전후해 안장식을 진행하는 등 전사자들을 영웅으로 추어올리며 내부 선전에 활용할 계획을 수립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데일리NK 기획취재팀=이상용 기자(AND센터 디렉터), 황현욱 AND센터 책임연구원/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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