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된 북한 군인들의 부모들을 데일리NK가 인터뷰했습니다. ‘유학훈련 갔다’, ‘조국을 대표해 훈련간다’고 들었지만, 실제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 내몰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부모들. 이들은 여전히 자식의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소식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총 3편으로 나눠 파병의 실체와 가족이 겪는 고통, 국가의 책임 회피와 보상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자 합니다. |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조국을 위한 영웅적 투쟁’으로 포장하며 주민들에게 ‘목숨을 걸고 충성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만, 파병 군인의 가족들은 극심한 혼란과 불안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북한은 ‘충성의 대가’로 물질적 보상을 거론하고 있으나 실체는 불분명하고, 설사 혜택이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계급이나 연줄에 따라 차별적으로 대우받는 구조적 불평등의 단면도 드러나고 있다.
파병 군인 가족인 평안북도 주민 A씨는 데일리NK에 “국가는 아직 공식적으로 (보상에 대해) 말한 것이 없고, 새집 한 채, 평양시 거주, 명절물자 공급, 노동당 입당 추천, 살아도 죽어도 영웅칭호 수여 등의 소문만 무성하다“면서 “아직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함경남도 주민 B씨는 “중국 기름이나 강냉이(옥수수) 같은 물자를 한 번 받은 적은 있지만, 부대 군관 집들은 식량을 6개월간 계속 많이 공급받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B씨는 보상에 대해 “겉으로는 아닌 척해도 가슴으로는 피눈물을 흘리는데, 그 대가로 받은 걸 어떻게 먹겠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당과 수령의 부름에 전쟁터로 나간 자식이 있다는 사실은 부모에게 일종의 명예와 긍지로 통한다. 하지만 자식의 생사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들은 불안과 의심 등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자부심과 걱정이 뒤엉킨 혼란스러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내 자식이 조국을 위해 피 흘리는 건 부모로선 자랑”이라면서도 “유학이라 해서 간 거지 진짜 전쟁이라면 안 간다고 하지 않았겠나. 속은 건 아닐까 싶어 억울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자식이 자랑스러우면서도 ‘유학훈련’이라는 말에 속아 전쟁터로 보내진 건 아닐까하는 의문을 품고 있는 A씨.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식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파병 군인 가족 인터뷰…“유학훈련이라는 말만, 사전 설명은 無”)
B씨 역시 “충성은 명예다. 내 자식이 당에 충실한 건 부모로서 자랑”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 역시 A씨와 마찬가지로 마음 한편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B씨는 “군 복무 내내 얼굴 한 번 못 봤다”며 “전사했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토로했다. B씨는 자식이 전쟁터로 향했다는 것도 직접 알아봐서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고, 국가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다는 것이다. 자식이 자발적으로 전장에 나선 것인지, 아니면 국가의 일방적인 결정이었는지도 부모들은 알 길이 없다는 게 B씨의 말이다.
A씨는 “내 자식은 충성심 강해 자원했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원’이라는 게 상관 지시와 다름없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B도 비슷한 말을 꺼냈다. 자식이 남긴 쪽지에는 “제가 먼저 결의해 나섰습니다”라고 적혀 있었으나 B씨는 그것이 진짜인지, 강요에 의한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혼란스러워했다. 그러면서 B씨는 “자루 속 송곳은 결국 드러나기 마련”이라며 “비밀은 시간문제다. 다 죽지 않았다면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러워요, 잘 키웠네요”…주변의 위로와 깊어지는 부모의 불안
A씨는 “매일 밤 걱정으로 잠을 못잔다”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웃들이 “대단하다, 영웅 돼서 돌아올 거다”라며 위로할 때면 자식을 잘 키웠다는 생각에 뿌듯하다는 감정도 들었지만, 그런 감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A씨는 “(자식이) 조국으로 돌아왔는지, 아니면 이미 죽었거나 다쳤는지 아무것도 모른다”며 “국가가 파병을 인정한 후 뜬소문이 더 많이 돌아 정신병자가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이웃들은 영웅이니, 국가 최고의 배려를 받는다느니 막 이야기하지만, 나는 자식 목소리가 생각이 안 난다”면서 “처음에는 긍지로웠는데 지금은 불안하다”고 말했다.
B씨 주변 이웃들도 부러움 섞인 말들을 하고 있다. 그는 “장마당에 나가면 ‘자식이 로씨야(러시아)에 신나치 세력을 때려 부수러 가지 않았나’, ‘전쟁터에 뽑혀 나간 걸 보니 군사복무 잘했나 보다’, ‘국가가 책임지고 키우는 간부 대상이 되겠다’, ‘고생한 보람이 있겠다’, ‘좋은 소식 기다리면서 영웅 맞이하라’라는 말들이 주변에서 들려온다”고 전했다.
그러나 B씨는 “난 자식 걱정이 먼저”라고 말했다. 행방도 소식도 알 수 없는 자식 걱정에 속은 불안감으로 뒤덮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B씨는 “자기 자식이 죽어서 영웅 됐다면 기뻐할 부모가 어딨겠나”라며 “군대 나갈 땐 건강해서 돌아오라고 보냈는데 지금은 그냥 살아만 돌아오면 된다”며 간절함을 내비쳤다.
북한 당국이 사전에 자식의 파병 사실을 부모들에게 통보하지 않고, 파병을 공식화한 이후에도 생사나 소재 등의 기본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 것은 국제인권법적으로 봐도 상당한 문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본보에 “가족에게 파병 사실조차 알리지 않고, 생사 여부에 대한 확인을 차단하는 북한의 조치는 국제인권법상 중대한 침해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자유권규약(ICCPR) 제19조 제2항을 근거로 들며 “모든 사람은 국경을 초월해 정보와 사상을 추구·획득·전달할 권리를 가지는데, 파병 사실은 물론 생사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도록 만든 현재의 구조는 정보접근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가족과의 소통이 완전히 차단된 채 장기간 생사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은 ‘비자발적 가족분리’이며, 이는 가족결합권 침해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의 조치는 국제인권법 관점에서 심각하게 다뤄져야 할 사안으로, 국제사회와 관련 국제기구들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산하 중앙심인사업본부(Central Tracing Agency, CTA)는 국제인도법상 포로 문제와 이산가족 문제를 담당하는 기구로, 이번 사안 역시 해당 기구의 개입을 요청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유엔총회나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보고서 등에서 러-우 전쟁 속 북한 파병 관련 비자발적 가족 분리나 정보접근권 침해 문제는 본격적으로 제기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관련 증언과 실태 보고를 토대로 국제사회가 더 적극적인 대응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데일리NK 기획취재팀=이상용 기자(AND센터 디렉터), 황현욱 AND센터 책임연구원/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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