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의 국가외환봉사소와 협동화폐거래소 등 공식 외환거래소에서 취급하는 외화가 달러, 위안 중심에서 엔, 유로, 루블 등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북한 당국이 수입과 수출을 다각화하면서 엔이나 유로의 사용 빈도도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시 내에서도 중심구역일수록 공식 외환거래소에서 다양한 외화를 취급하고 있으며, 엔이나 유로 환전 빈도도 최근 크게 증가했다.
엔, 유로, 루블 중에서도 최근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난 화폐는 엔화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일본산 제품의 유입이 증가하면서 엔화 수요가 늘어났다”며 “물론 일본에서 직접 들어오는 것은 아니고 중국을 통해서 들어오지만, 예전보다는 다양한 일본 물건들이 수입된다”고 말했다.
북한 무역일꾼들이 수입하는 일본산 제품은 주로 전자제품 또는 중고차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유럽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가구, 사치품 등을 수입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유로 수요도 증가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다만 루블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높지 않다고 한다. 루블을 북한 돈으로 소액 환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엔이나 유로만큼 수요가 있지 않아서 아예 루블을 취급하지 않는 외환거래소도 있다고 한다.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분위기 속에서 북러 간 무역 거래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무역 거래 대금을 루블로 결제하기보다는 달러로 결제하고, 또 주로 현물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평양에서도 루블 수요가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북한 당국은 최근까지도 매일 한 차례씩 공식 환율을 고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는 지난 3월 평양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매일 아침 10시경 전국 국가외환봉사소와 협동화폐거래소를 통해 변동 환율을 고시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北 공식 외환 거래소들에서도 시장 수준의 변동 환율 고시)
이 같은 환율 고시에는 엔이나 유로도 포함돼 있는데, 실제로 지난달 19일 평양 중구역의 한 공식 외환거래소에서 고시된 환율은 1달러가 북한 돈 1만 8200원, 1위안은 2400원, 100엔은 1만 2600원, 1유로는 2만 1500원이었다.
북한 당국이 고시한 위안, 엔, 유로 환율 대비 달러 가치를 환산했을 때 달러·위안 환율은 7.58, 유로·달러 환율은 1.18, 달러·엔 환율은 144.44로 국제 시세와 비슷한 수준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국의 공식 외환거래소에서 환율을 일률적으로 고시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지역의 은행이 인근 시장의 환율 수준과 외화 보유 상황에 따라 일정한 기준 내에서 자율적으로 환율 가격을 정해 고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평양시 외곽인 강동군의 한 공식 외환거래소가 고시한 환율은 1달러가 북한 돈 1만 7800원, 1위안이 2600원, 100엔이 1만 2100원, 1유로가 2만 800원으로, 중구역의 공식 외환거래소 고시 환율과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소식통은 “강동군의 경우 석탄을 생산하기 때문에 국돈(북한 돈)보다는 딸라(달러)나 비(위안)를 사고파는 일이 많다”며 “석탄 수출을 어느 기관에서 담당하느냐에 따라 따라나 비 수요가 달라지는데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환율이 정해진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공식 외환거래소를 통한 환전을 유도하기 위해 시장 환율과 비슷한 수준의 변동 환율을 매일 고시하고 있으나 시장 환율과 공식 환율의 격차가 25%까지 벌어지기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19일 중구역 인근의 한 시장 환율은 1달러가 북한 돈 2만 1000원, 1위안은 3000원, 100엔은 1만 4800원, 1유로는 2만 4900원으로 조사됐다. 공식 외환거래소 고시 환율과 비교할 때 시장의 비공식 환율이 달러는 15.4%, 위안은 25%, 엔화는 17.5%, 유로는 15% 높았다.
공식 환율보다 시장 환율의 가치가 높아 외화를 북한 돈으로 환전하려는 사람들은 여전히 공식 외환거래소보다 개인 환전상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