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원·달러 시장 환율이 1년 전보다 2배 이상 상승한 가운데, 북한 당국이 개인 간 외환 거래를 금지하고 공식 기관에서 환전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외환 거래소 운영을 활성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가외환봉사소’와 ‘협동화폐거래소’ 환율을 시장 환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매일 고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북한 내부 경제 상황에 정통한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매일 아침 10시경 전국 국가외환봉사소와 협동화폐거래소를 통해 변동 환율을 고시한다.
지난 25일 오전 10시 평양 중구역에 위치한 국가외환봉사소가 고시한 북한 원·달러 환율은 1만 9900원이었다. 같은 날 저녁 인근에 위치한 중구시장에서 개인 돈데꼬(환전상)가 제시한 달러 환율은 1달러에 북한 돈 2만 1000원으로, 국가가 공시한 공식 환율이 시장 환율보다 5% 낮은 수준이었다.
북한 당국이 지난해 4월 고시했던 협동화폐거래소 달러 환율이 5개월 넘게 8900원으로 고정돼 있었다. 지난해 9월 시장 달러 환율이 1만 6000원을 넘어선 상황에도 북한 당국이 고시한 협동화폐거래소 환율은 8900원이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단독]北, “환율 상승 조장하면 단호히 쳐갈겨야” 정치자료 배포)
그런데 최근 당국은 국가외환봉사소와 협동화폐거래소 환율을 매일 변동 환율로 적용하고 시장 환율과의 차이도 크게 좁힌 상태다.
북한 주민들은 공식적으로 환율을 거래할 수 있는 곳을 ‘외화교환소’ 또는 ‘외화봉사소’ 등으로 부르는데, 북한 당국이 붙인 정식 명칭은 ‘국가외환봉사소’, ‘협동화폐거래소’라고 한다.
은행에 설치돼 있는 거래소는 ‘국가외환봉사소’, 그 외에 시장이나 백화점, 외화상점 주변에 설치돼 있는 분점 형태의 거래소는 ‘협동화폐거래소’로 분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1달러에 북한 돈 100원 안팎 수준인 국정환율과 시장환율과 비슷한 수준의 협동화폐거래소 환율 등 두 가지 환율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주민들은 북한 원화가 과대평가돼 있는 국정환율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한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북한 당국은 개인 환전상의 활동을 통제하고 개인들의 외환 거래를 공식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협동화폐거래소 환율을 내놓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협동화폐거래소 환율이 시장 환율의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주민 대부분은 이를 이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협동화폐거래소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장 환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매일 변동 환율을 고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정 금액까지 외화 매도·매입을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외화를 사들이기만 하고 팔지는 않았던 지난해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렇게 협동화폐거래소 환율이 시장 환율과 비슷해지고 공식적인 환전이라 감시나 처벌에서도 자유롭다는 점 때문에 주민들의 공식 기관 이용이 최근 다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소식통은 “국가가 운영하는 공식적인 기관은 무엇보다 안전하기 때문에 이를 믿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했다.
다만 북한 당국은 공식 기관에서 최대로 매입할 수 있는 금액을 300달러로 제한하고 있어, 보다 큰 규모의 외화를 원하는 주민들은 결국 개인 환전상을 찾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또 공식 기관에서는 개인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치고 외화 매입 금액이 얼마인지도 꼼꼼히 기록하고 이를 께름칙하게 여기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소식통은 “국가가 개인 돈데꼬(환전상)를 통한 딸라(달러) 거래를 금지하기 위해 시장과 비슷한 돈대값(환율)를 적용하고 있으나 여전히 시장보다는 낮은 수준이고, 무역을 하는 사람들은 더 큰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전히 돈데꼬를 찾아간다”며 “국가는 외화로 물건을 수입하기만 하니 밑빠진 독에 물 붓기지만 개인 돈데꼬들은 매입, 매도의 균형을 맞추고 있어서 계속 활동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