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명 ‘세포등판’이라 불리는 강원도 세포지구의 대규모 축산기지에서 청년들의 이탈이 지속돼 강원도 당위원회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강원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에 “세포지구 축산기지에서 한창 일해야 하는 청년들이 현장을 이탈하는 행위가 노골적으로 나타나 도당이 핵심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려 지난달 중순께 세포지구축산경리위원회와 도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지도부와 토의했다”고 전했다.
도당은 세포지구 축산기지 개발을 위해 매년 도내 청년들을 선발해 ‘탄원자’(지원자)로 이곳에 들여보내고 있지만, 1~2개월 정도의 교육을 받고 달아나거나 작업반에 배치된 이후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일하러 나오지 않는 청년들이 다수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도당은 세포지구축산경리위원회와 도 청년동맹 지도부와 함께 ‘왜 청년들이 축산지구 배치를 기피하는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대책 세우기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는 청년들이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뒤섞여 있는 작업반 구조에서 자율적으로 일하지 못하고 공동체 의식 또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 원인으로 분석됐다.
세포지구는 북한이 심혈을 기울이는 중점 개발 지구이지만 실제 이 지역 인구의 연령 분포를 보면 대부분이 50대 이상의 장·노년층인 것으로 파악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세포지구축산경리위원회의 한 간부는 논의 자리에서 “청년들이 산골에서 늙은 분조장이 시키는 일이나 하는 것이 고작이고, ‘산속의 그림자 같은 인생’을 살다 보니 삶에 대한 욕구나 열정 같은 것은 사라지고 회의를 느껴 현장을 이탈하는 것”이라며 근본적인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당은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청년 농장·목장제’를 시범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말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청년층만으로 구성된 별도의 단위를 세포지구축산경리위원회 직속으로 두고 독립적·자율적으로 농장이나 목장을 운영하도록 한 것이다.
소식통은 “세포지구 축산기지 내에 청년 전용 작업장, 가축 관리 구역, 숙소 등을 두고 외부의 간섭 없이 청년들이 직접 운영할 수 있게 한 것”이라며 “‘자기 손으로 책임지는 청년농장’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해 자립성과 연대감을 부여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의 ‘분조-작업반-농장’ 체계가 아닌 독립 행정 체계로, 일단 실험적으로 운영해 보면서 생산 현황이나 문제점 등을 면밀히 살펴본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한편 도당은 청년들이 세포지구 축산기지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근속한 청년에게 도심지에 있는 살림집을 우선 배정해주거나, 결혼 시 신혼 살림집을 제공해주거나, 자녀 출산 시 ‘가정 단위 축산분조’ 운영 자격을 부여하는 등의 여러 혜택 및 지원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