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농촌 마을의 갓 성인이 된 처녀가 농장원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조기 결혼을 택해 지역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농장원으로 평생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고 결혼으로 새 삶을 시작한 이 처녀의 이야기가 내내 주민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5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구역의 한 농촌 마을에 살던 10대 후반의 여성 A씨가 지난달 초 20대 후반의 제대군인 남성 B씨와 결혼한 일이 여태껏 화제가 되고 있다”며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처녀가 농촌에서 벗어나려고 10살 많은 남자와 결혼한 것이라 놀랍다는 반응들”이라고 전했다.
A씨는 농촌 지역에 살지만 집안이 경제적으로 그렇게 어려운 편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농장원 집안에서 태어나면 평생 농장원으로 살아가며 농사일에 매여야 하는 탓에, A씨는 어떻게든 농촌에서 벗어나려 결혼을 서둘렀다.
그는 중매를 통해 지난 3월 제대 후 공장에 배치된 10살 연상의 제대군인 B씨를 만났고,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듯이’ 결혼식을 올린 뒤 현재는 같은 청암구역에 있지만 시내인 신랑의 집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농촌 지역의 여성들은 고급중학교 졸업 후 대학에 가거나 공장·기업소 등에 취직하기 어려운 구조적 환경에 놓여 있다.
농촌을 벗어나 생활하려면 군에 입대하거나 돌격대로 나가는 것 외에 마땅한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일부 여성들은 농촌에서 탈출할 하나의 수단으로 조기 결혼을 택하고 있다. 생계 기반이 갖춰진 도시 남성에게 시집가면 농사일에서 해방돼 비교적 편하게 장사하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씨도 시내로 시집가서 장사하고 살려는 생각으로 B씨와의 결혼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져 주민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런 식의 결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반적이라 보긴 어렵다”며 “심지어 요즘처럼 ‘결혼은 생고생’이라는 인식이 청년들 속에 퍼져 있는 상황에서는 더 특이한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 청년들 사이에는 “결혼은 호박 쓰고 돼지굴 들어가는 일”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결혼 기피 현상이 확산하고 있는데, A씨는 이런 세태에 역주행하는 조기 결혼을 택하면서 더욱 주민들의 이목을 끌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소식통은 “결혼하면 고생한다는 인식은 농촌에 사는 여성들에게는 사치에 가깝다”며 “만약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그냥 농장원으로 밖에 살아갈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에 결혼이 A씨에게는 농장원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여겨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청년들은 장사를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을 체감하고 있어 오히려 조기 결혼으로 농촌에서 벗어나 장사하며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삶을 개척한 A씨를 부러워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