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민군 파병 사실을 공식화한 이후 간부들을 대상으로 이를 선전하는 내용의 정치학습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데일리NK 북한 강원도 소식통에 따르면 중앙당 선전선동부는 지난 21일 각 도당에 러시아 파병 관련 특별 정치학습 자료를 하달했다. 이에 따라 지난 24일 강원도 당위원회는 이 자료를 토대로 토요 간부학습반 강연회를 진행했다.
해당 자료에는 쿠르스크 지역 해방작전에 인민군 전투 구분대가 참전해 우크라이나 신나치 세력을 격멸하고 러시아 영토 수호에 공헌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자료에는 “우리 군인들의 정신력과 전술 능력이 적들에게 공포감을 안겨 줬다”는 언급도 있었는데, 이는 당 간부들에게 북한의 군사력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특히 이번 강연회에서 강연자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반제국주의 연대를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식통은 “강연에서는 ‘조선(북한)은 세계 반제(반제국주의) 전선의 주도국’이라는 표현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며 “우리 군대가 단순히 조국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세계 전략 균형을 주도하는 전투력을 갖췄다는 것을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뚜렷하게 보였다”고 말했다.
북한 군인들이 단순히 조국만 수호하는 게 아니라 국제적으로 반제국주의 연대를 이끄는 투사들이자 전략 균형을 이끄는 핵심 전투력이라고 치켜세우면서 이를 간부 정치학습에도 적극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자료에도 “우리는 세계 정세를 주도하는 강국의 일원”이라는 언급이 있었는데, 이는 러시아 파병을 통해 북한이 정상국가로서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음을 선전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일부 간부들은 “우리는 항상 외부와 단절된 줄만 알았는데, 이번에 우리도 국제 판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간부들은 “쿠르스크가 어디냐”, “전투원들은 어떻게 전쟁터에 갔고 어떤 무기를 썼을까”라는 등 여러 가지 궁금증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정치학습은 기존 학습 계획과 다르게 진행된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중앙당 선전선동부가 지난해 말 당 정치국과 비서국의 비준을 받아 작성한 올해 간부학습 계획안에는 없었으나 갑작스럽게 변경됐다는 설명이다.
북한이 자국 군인들의 러시아 파병 및 참전 사실을 대내외에 공식화한 만큼 특별 정치학습을 조직해 내부적으로 이를 정당화하고 당 간부들에게 체제를 선전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국가 명절이나 당 정책과 관련된 특별 포치(지시)가 있을 때 외에는 간부학습반 정치학습 자료가 계획과 다르게 별도로 내려지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그래서 이번 강연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