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 화성지구 4단계 1만 세대 건설 지원을 명목으로 한 기부 요구에 지방 주민들 속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겉으로는 ‘자발적인 기부’를 내세우면서도 사실상 헌납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청진시 인민반들을 통해 평양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을 위한 기금 기부 사업이 포치(지시)됐다”며 “인민반에서는 자발적으로 기금을 납부하라고 했지만, 기부는 ‘충성심’과 ‘애국심’의 발현이라며 헌납을 압박해 주민들 불만이 크다”고 27일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인민반장들은 “우리를 위해 밤잠도 못 주무시는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걱정을 덜어 드려야 한다”, “기부는 원수님을 위한 충정”이라며 헌납을 호소했다. 기부하지 않으면 충성심이 부족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액이라도 기부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한다.
과거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주민들이 1만 위안 이상씩 기부하면서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과시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인민반장이 직접 부탁을 해도 이렇게 큰 금액을 기부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로 지난 17일 저녁 청진시 남석동의 한 인민반에서 기부 사업에 관한 인민반 회의가 열렸지만, 이후 며칠이 지나도 누구도 기부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인민반장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세대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기부를 호소했고, 심지어 “나를 봐서라도 좀 도와달라”며 애걸복걸하기까지 했다는 전언이다.
그 결과 두 세대가 각각 1000위안, 2000위안을 기부해 총 3000위안(한화 약 57만원)의 기부금이 모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진시에서 ‘부자 동네’로 알려진 수남동의 한 인민반에서도 두 세대가 각각 5000위안씩 기부해 총 1만 위안(한화 약 190만원)의 기부금이 마련됐다.
이전에는 기부를 하면 처벌받을 만한 불법 행위를 해도 무마해 주고 충성분자로 띄워 정치·사회적으로 특혜를 주기도 했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주민들은 기부를 기회로 활용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그런 이익이 아예 없어 기부 동기가 떨어진 상태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그는 “자발적으로 돈을 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기부를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해 억지로 내는 것이지 적극적으로 자기 돈을 내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주민들의 기부 참여율이 저조하자, 일부 인민반장들은 각 세대에 일정 금액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강제 기부를 압박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잘사는 사람들은 입이 딱 벌어지게 잘살고 가난한 세대는 입에 거미줄을 치는 지경인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기부금을 내겠느냐”면서 “인민반장들이 어떻게든 기부금을 걷으려고 안달인 것은 동사무소 간부들로부터 질책을 피하고 총화에서 무능하다는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민반장들이 하다 하다 강제적으로 돈을 걷는데, ‘자발적 기부’를 강조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