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에선 벌이차가 오후 4시 이후에 운행…이유는?

모내기 전투 기간에 운행하다 걸리면 무조건 농장으로 끌려가…군부대 소속 차량도 예외 없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5일 “올해 알곡고지를 무조건 점령할 비상한 각오를 안고 모내기에 떨쳐나선 각지 농업근로자들의 헌신적인 투쟁에 의해 전야는 푸르러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에서 농촌지원 총동원, 이른바 ‘모내기 전투’가 한창인 가운데, 이로 인해 벌이차 운행 시간이 대폭 축소돼 주민 생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데일리NK 황해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북한 전역에서 모내기 전투가 이뤄짐에 따라 각지에서 운행되던 벌이차들이 대부분 오후 4시 이후에 운행을 시작하고 있다.

시·군 여객운수사업소에 공식 등록된 차량뿐만 아니라 각 기관에서 돈벌이를 목적으로 운행하는 버스, 화물차 등도 마찬가지다.

모내기 전투 기간에는 낮에 벌이차를 운행하다가 단속에 걸리면 농장으로 보내져 강제로 반나절 동안 농사일을 해야 한다.

예년의 경우 군(軍) 소속 트럭이나 버스 등은 모내기 전투 기간에 운행하더라도 단속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올해는 어떤 기관의 차량이든 단속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고 한다.

소식통은 “과거에는 모내기 전투 시기에 사회 번호판(민간 차량)이 아니라 군부대 번호판을 단 차량이면 그냥 보내줬는데 올해는 그것도 통하지 않는다”며 “올해는 벌이차 단속 강도가 훨씬 강해졌다”고 전했다.

황해남도 해주시의 경우 도예술극장과 인민문화회관 인근 공터가 벌이차 버스들의 정차 장소로 사용되고 있는데, 모내기 전투가 시작된 이후 이 주변에 규찰대가 배치된 상태다.

또 사리원에서 해주로 들어오는 길목에는 신원·장방초소, 해주에서 남쪽 해안 방향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신광·벽성초소 등 10호 초소라 불리는 보위부 초소가 있어 차량 통행이 엄격히 통제된다. 이들 초소는 대부분 논밭 한가운데에 있어 단속에 걸리면 즉시 주변 모내기 현장에 투입된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최근 옹진군에 다녀오던 주민 1명이 ‘군부대 차량이면 괜찮겠지’ 하고 탔다가 단속에 걸려 써비(운임료)만 내고 6시간 넘게 모내기를 하고 왔다”며 “이런 사례가 많다 보니 설령 낮에 벌이차가 운행되더라도 사람들은 ‘이용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말을 한다”고 전했다.

다만 단속에 걸리더라도 뇌물을 주면 풀려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소식통은 “공적인 용무가 명확하지 않으면 무조건 모내기에 동원되지만, 뇌물을 주면 상황이 달라지기도 한다”며 “그래서 사실상 규찰대나 초소에서 통행을 통제하는 것은 뇌물을 받아내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뇌물을 줄 돈이 없는 사람들만 4시 이후에 벌이차를 운행한다”며 “농촌 동원 기간은 결국 돈 없는 사람들만 이중삼중의 고역을 겪는 시기”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