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 학교들이 폐자재 납부 과제, 일명 ‘꼬마계획’을 과도하게 내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여러 가지 폐자재를 한꺼번에 내도록 지시해 원성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에 “함흥시 학교들이 학생들에게 ‘꼬마계획’을 다그치고 있어 매일 같이 마을과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자재를 모으는 학생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며 “파지, 파고철, 파동(구리) 등 수집 품목도 다양하고 각각의 할당량도 너무 많아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함흥시 학교들은 학생들에게 12일부터 17일까지 닷새간 파지 1kg, 파철 5kg, 파동 200g을 바치라는 꼬마계획 과제를 내렸다. 특히 이번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폐자재를 한꺼번에 내도록 지시해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폐자재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한 번에 하나씩 내면 그나마 좀 여유가 있겠는데, 한꺼번에 내라고 하고 하니 자재를 긁어모아도 할당량이 채워지지 않아 난감해하는 분위기였다”며 “그렇다고 과제를 못 하면 학교에서 공부도 안 시키고 애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거나 공개 비판을 받게 하니 부모들까지 나서서 정신없이 모았다”고 말했다.
꼬마계획은 산업에 필요한 자재를 학생들이 마련해 바침으로써 국가 경제에 일조한다는 명목으로 내려지고 있다. 그러나 부과되는 할당량이 너무 과도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받는 불이익이 커서 학생들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함흥시 학교들은 꼬마계획을 내리면서 닷새 동안에 이를 내지 못하면 비판 무대에 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정해진 기간 안에 과제를 완수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렸다.
이에 더해 학교에서는 공장 수리·보수에 필요하다며 23일까지 학생 1명당 용접봉 5개를 제출하라는 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용접봉은 가정에서 가지고 있을 만한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장마당에서 돈을 주고 사서 내야 한다”며 “결국 학생들이 과제를 수행하려면 부모들이 주머니를 털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가정 형편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과제를 수행하려면 어쩔 수 없이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해 꼬마계획이 내려질 때마다 여러모로 마음고생을 겪는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초급중학교(우리의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주민은 “아이들이 공부만 하면서 자라면 좋을 텐데 꼬마계획 때문에 항상 주눅이 들어 있다”며 “자식을 누구보다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않다 보니 과제가 내려올 때마다 괜히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데, 돌아서서 후회하고 부족한 나를 탓하며 가슴을 쥐어뜯곤 한다”고 하소연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은 무상 교육 제도를 체제 선전에 적극 활용하면서 ‘세상에 부럼 없는 아이들’이라고 강조하지만, 실상은 국가가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자재 마련의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식통은 “소학교(우리의 초등학교) 아이들만이라도 사회적 과제를 하지 않으면 좋겠다”며 “소학교 때부터 어린아이들이 과제 마련 때문에 압박감을 갖고 상처를 받는 이런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고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