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최근 평양 화성구역을 중심으로 차량 임대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며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리 중심이었던 기존 륜전기재봉사소(자동차 정비소)가 차량 대여 기능까지 포함한 복합형 서비스 사업소로 전환되면서, 차량 공유 개념이 조심스럽게 확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13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승용차·전기차 등을 시간·기간 단위로 임대할 수 있는 서비스는 현재 아미산자동차기술봉사소(전 화성륜전기재봉사소)에서 선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전에는 자동차 수리, 부속 교체, 배터리 교환 등의 기능에 집중했지만, 차량 임대 서비스도 본격화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여기서 화성륜전기재봉사소는 최근 준공된 화성지구 3단계 구역에 생겨난 봉사시설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일 이곳을 현지지도 하면서 “전문화된 종합봉사기지가 새로 꾸려짐으로써 륜전기재 기술봉사의 질을 개선하고 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거점이 마련됐다”고 평가한 바 있다.
실제로 차량 임대 서비스 시행은 김 위원장의 방침에 따라 중앙에서 주도한 프로젝트로 알려졌다. 노동당 경제부, 내각, 평양시 인민위원회, 화성구역 인민위원회 등 당·행정기관이 합동해 기획했으며, 문명 교통문화를 앞세운 ‘수도 선도형 모델’로 시범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평양 화성구역에서 승용차를 24시간 임대하는 경우 요금은 약 100달러 수준이며, 시 외곽 운행 시에는 지역별로 추가 요금이 부과된다.
운전자 본인이 시민증과 운전면허증을 지참해야 대여가 가능하고, 기간은 하루 단위부터 한 달까지도 되는데, 장기로 임대할 때는 10~15% 할인 혜택도 주어진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건 운영 주체다. 기본적으로 신흥부유층인 돈주들이 차량을 구입해 등록한 뒤 봉사소에 공급하고, 수익은 국가기관과 공유하는 형태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무역회사, 특수기관, 큰손 돈주 중심으로만 사업 진입이 가능하다”며 “장마당에서 푼돈을 버는 것보다 차량 임대와 건설 분야가 앞으로 큰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미산자동차기술봉사소는 국가보위성 뒤편에 있는 산인 ‘아미산’의 이름을 따온 것으로, 국가보위성 산하 무역회사가 주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인민들에 대한 봉사편의성 제고’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상은 국가보위성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 같은 차량 임대 서비스는 차량 공급 수와 이용 가능 지역이 제한돼 있어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현재 평양시 내 5개의 (차량 임대) 봉사소가 운영 중이며, 함흥(함경남도)·원산(강원도) 지역에서도 시범 운영이 시작됐다”면서 “앞으로 1~2년간 수요·선호도 조사를 거친 뒤 전면 시행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각 봉사소는 국가 통합 규정 없이 자율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내각 차원에서 사고 예방을 위한 운행 제한 도로 지정, 22시 이후 운행 제한 등의 규정을 논의 중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