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자력갱생?…외주 제작으로 빚어낸 북한산 제품들

포장지와 상표 디자인 제작 중국 업체에 맡겨…주민들 "껍데기만 번지르르하게 바뀌었다" 냉소

북한 경흥은하수식료공장에서 생산된 라면.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자국에서 생산되는 고급 식료품들을 ‘우리 기술의 산물’로 홍보하고 있지만, 이들 제품의 포장지나 상표 디자인은 중국의 전문 업체에 외주를 줘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10일 “신의주 백화점과 국영상점들에 진열된 라면, 차, 인삼 등 외형이 세련돼 보이는 제품들의 포장지나 상표 도안(디자인)들은 다 중국 랴오닝(遼寧)성에 위치한 전문 업체를 통해 주문 제작된 것”이라고 전했다.

내부의 열악한 전력 사정으로 인쇄가 어렵고 품질도 떨어질뿐더러 자체적으로 세련되게 디자인하는 역량도 부족해, 일부 무역회사들이 공장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중국 측 업체에 포장지나 상표 디자인 제작을 맡기고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과거에는 주로 의약품이나 건강보조식품의 포장지, 상표 디자인 제작을 주문하는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식료품이나 생필품으로까지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북한 당국도 이를 ‘제품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수용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소식통을 통해 입수한 사진을 보면 경흥은하수식료공장에서 생산돼 이달 초 신의주시의 국영상점에 출시된 ‘매운닭고기맛 볶음국수’라는 이름의 라면 제품은 한국 기업인 삼양식품의 히트 상품 ‘불닭볶음면’을 연상시키는 포장지로 싸여 있다.

또 강령은정차재배공장에서 생산된 철관음차(茶) 제품은 중국의 고급 티 브랜드의 상표 디자인을 모방한 형태로 출시돼 백화점이나 국영상점 매대에 올라와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공장들은 랴오닝성 지역의 중국 업체에서 제작된 포장지나 상표 도안을 무역회사를 통해 받아와서 제품을 봉인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면서 “실지(실제)로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우(위)에는 공장들에서 자체 개발한 산업도안인 것처럼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생산 현장에서는 중국에서 제작된 포장지나 상표 디자인을 자체 성과로 보고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는 북한 당국이 강조하는 자력자강 정책과 실제 현장 사이의 간극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이미 외부의 물건들을 여럿 접해본 신의주시 주민들은 품질 개선은 차치하고 외형적 변화에만 치중한 북한 상품에 대해 악평을 쏟아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신의주시 주민들은 “껍데기만 번지르르하게 바뀌었다”며 냉정한 평가를 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품의 내용물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이전과 큰 차이가 없고 포장만 그럴듯하게 바뀐 데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고 한다.

소식통은 “주민들 사이에서는 ‘포장만 달라졌지, 속은 그대로’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가고 있다”며 “중국에서 만든 걸 갖다 쓰면서 ‘우리 것이 제일로 멋있다’고 하는 건 결국 보여주기식 선전에 불과하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