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각 성·중앙기관 산하 주요 무역회사들과 1급 기업소들에 독자적으로 무역사업을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시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에 “내각 대외경제성이 지난달 말 각 성·중앙기관 산하 무역회사들과 1급 기업소들에 수출입 자율화에 관한 지시를 하달하고, 이달부터 자체의 실정에 맞게 독자적으로 무역사업을 개발하고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지시의 중심은 마음놓고 외화벌이를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재정에 최대한 개입하지 않으며, 합영 및 합작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준 것이다.
이번 지시에는 외화벌이 사업 대상 국가로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친선 우호 국가’로 분류되는 일부 제3국도 가능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특히 북한은 외화벌이 사업을 위한 실무 협상단 파견 제한도 크게 완화하겠다고 밝혔는데, 실제 지시문에는 “10명 내외의 인원을 외국에 파견하는 것도 가능하며 외국 실무진의 국내 초청과 협상도 가능하다”고 명시됐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실무진 규모는 그동안 보안 차원에서 아주 엄격히 다뤄져 왔던 사안”이라며 “이번 지시로 무역사업 협상에 나설 실무진 구성이 자유로워져 ‘일꾼들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풀어준 것과 맞먹는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번 지시는 성·중앙기관 직속 무역회사와 1급 기업소들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하급 일반 무역회사나 기업소들은 여전히 자체적으로 사업을 벌일 수 없다고 한다.
다만 소식통은 “실질적으로는 생산물이나 인력 등을 조달할 수 있는 하급 단위들과 ‘간접 합작’ 방식이 성행할 수 있다”며 “외화벌이에 능한 성·중앙기관 산하 무역회사나 1급 기업소들은 전면에 나서 협상권, 수출입권, 수익지분 등을 선점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성(省)급 무역회사들이 하급에 무리한 조건을 제시하거나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식으로 ‘갑질’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하급 무역회사 간부들은 결국 이번 지시도 특권기관에만 유리한 것이고 하부 단위는 여전히 위에 매달려야 생존이 가능한 구조라고 토로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소식통은 “국가가 성·중앙기관 산하 무역회사들과 1급 기업소들에 권한을 완전히 위임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신원, 이동 경로, 연락 방식 등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보위기관의 직접적인 감시에 놓여 있다”며 “이것은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으니 일꾼들이 더욱 주의해야 한다며 경계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소식통은 “이번 지시는 실제로는 당 자금 확보 시도로 당 39호실 산하 무역회사 등은 이미 러시아, 중동 쪽과 실무접촉에 나선 상태이며, 일부는 아예 외국에 합작회사를 중장기적인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