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스마트폰에 캡처 기능이 추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최고지도자 우상화와 관련된 일부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앱)에서는 캡처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데일리NK가 입수한 북한 스마트폰 ‘삼태성8’에는 ‘지능동작’이라는 메뉴가 있는데, 이 중 ‘세 손가락 아래로 밀기’라는 옵션을 활성화하면 화면 캡처가 가능하다.
해당 옵션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임의의 화면에서 세 손가락을 아래로 밀기하여 화면을 찍습니다”라는 설명 문구가 적혀 있다.
실제로 삼태성8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세 손가락을 갖다 대고 화면을 아래로 쓸어내리는 동작을 하면 당시 보이는 화면이 캡처돼 사진 파일로 SD카드에 저장된다.
캡처된 사진 파일의 이름은 ‘Screnshot_(사진촬영날짜)_(사진촬영시간).png’로 저장되며 컴퓨터에 연결하면 다른 장치로 복사 붙여넣기도 할 수 있다.
그동안의 북한 스마트폰에는 화면 캡처 기능이 없었다. 북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공유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의도적으로 캡처 기능을 막아놓은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북한 내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편의성 향상을 위해 캡처 기능이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정 콘텐츠나 앱에서는 화면 캡처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례로 북한 최고지도자의 노작이나 혁명역사를 열람할 수 있는 앱인 ‘총서’의 시작 화면을 포함해 앱에 저장돼 있는 각종 문서도 화면 캡처가 불가능했다. 최고지도자와 관련된 콘텐츠를 손으로 쓸어내리는 행위를 불경한 것으로 보고 이를 금지하기 위한 당국의 의도적인 조치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노동신문·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진 속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에 마우스를 갖다 대면 포인터가 사라지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최고지도자의 얼굴이 포인터로 가려지지 않게 조치한 것으로, 이는 북한 우상화 정책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최고지도자 우상화와 관련된 ‘총서’ 앱에서 캡처 기능을 막아 둔 것도 이런 우상화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노동신문이나 북한의 잡지 등을 열람할 수 있는 ‘공세’ 앱에서도 화면 캡처 기능이 막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우에는 내부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북한 당국은 개별 앱의 특성이나 보안 규정에 따라 캡처 기능을 막아 두고 있다.
그러나 북한 휴대전화에서 동영상이나 전자도서를 열람할 수 있는 앱인 ‘목란 열람기’나 ‘정서’에서 김일성 회고록이나 위대성 도서, 총서 등을 업로드하는 경우에는 해당 화면을 캡처할 수 있었다. 또 메시지 전송 화면이나 번역 또는 사전 앱에 ‘김정은’을 입력하고, 그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를 해도 화면 캡처가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