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북한이 20여 년간 제자리였던 노동자들의 임금을 최소 10배 이상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가 공무원, 기업소 노동자, 학교 교원 등의 임금이 인상되면서 근로 의욕이 높아진 반면, 물가가 상승하고 내화 가치가 하락하는 부작용도 나타났습니다. 본보는 임금 인상 이후 북한 사회에 나타난 변화를 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

2023년 10월 ‘기관·기업소 노동자들에게 매월 지급하는 법정 노임을 상향 조정하라’는 내용의 내각 결정이 내려진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이 적게는 10배 많게는 20배 이상 인상됐지만, 임금 인상이 일괄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임금 인상분에 따른 소득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북한 당 기관 일꾼들과 특급·1급 기업소의 일부 노동자들은 2023년 10월 이전 시장에서 쌀 1kg도 살 수 없는 5000원(북한 돈) 이하의 월급을 받는 경우가 많았으나 현재는 최소 3만원 많게는 15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모든 기관·기업소에 일괄적으로 임금 인상 조치가 적용된 게 아닌 데다 임금이 인상됐다고 하더라도 이를 정작 받지 못하는 경우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소들에서 임금 체불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일부 기업소는 임금 인상 이전의 월급을 주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상황에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소에 다니는 노동자이거나 신입 직원 또는 간부가 아닌 일반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 효과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장사를 하는 8·3 노동자의 경우 임금이 인상된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임금 인상 조치 때문에 양극화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예산제 기관인 당이나 국가기관은 임금이 제대로 지급될 가능성이 높고 반면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대부분의 기업소는 임금이 일정하게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수익이 낮은 기업은 눈에 띄는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임금이 인상된 주민과 그렇지 않은 주민의 소득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에 북한의 월급이 유명무실했기 때문에 일부 기관·기업소에서 임금이 인상될 경우 눈에 띄게 격차가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남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도 본보에 “모든 주민의 임금이 일괄적으로 오른 게 아니어서 임금이 오르지 않았거나 임금 인상 정도가 크지 않은 주민들은 물가 상승과 비교할 때 오히려 실질 임금이 줄어드는 문제가 나타났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금 인상분이 높은 당 기관 간부나 대형 기업소 노동자들은 물가 상승의 압박을 크게 체감하지 못하지만 임금 인상이 높지 않았던 중·소형 기업소의 일반 노동자들은 물가 상승에 따라 실질 임금이 오히려 줄어드는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북한 사회에서 소비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 본보는 북한의 대도시에서 쌀 300kg을 살 수 있는 돈을 봄 자켓 한 벌을 구매하는 데 쓰는 부유층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北 부유층들, 봄 자켓 사는데 돈 펑펑…소비 양극화 심화)
다만 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효과가 지속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 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이 임금을 한 차례 올린 것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긴 어렵다”며 “2012년 북한 당국이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을 도입하면서 국정 가격을 인상했던 때와 유사한 추세를 보이는데, 당시에는 한동안 시장 지표가 상승하다가 장시간 안정세가 지속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는 2012년보다 북한의 대외 경제 여건이 악화된 데다 북한 당국이 개인의 외환 거래를 금지하고 시장 통제를 강화하는 등 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어, 이런 행보가 시장 지표 안정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최 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이 임금을 인상한 것은 국내 경제에서 소비를 통한 순환을 원활히 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단속이나 통제가 시장 지표를 안정화시킨 사례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임금 인상①] 월급 20배 올랐지만 지급은 ‘들쑥날쑥’
[임금 인상②] 물가 전반적으로 상승…경제적 양극화도 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