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북한이 20여 년간 제자리였던 노동자들의 임금을 최소 10배 이상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가 공무원, 기업소 노동자, 학교 교원 등의 임금이 인상되면서 근로 의욕이 높아진 반면, 물가가 상승하고 내화 가치가 하락하는 부작용도 나타났습니다. 본보는 임금 인상 이후 북한 사회에 나타난 변화를 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

북한 당국이 2002년 7·1 경제개혁 조치 이후 21년 만인 지난 2023년 10월 사무원, 노동자, 교원 등의 월급을 최소 10배 이상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급을 대폭 인상하면서 나타난 큰 변화 중 하나는 기업소 출근율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인상률이 기업소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오른 임금을 매월 지급하는 것이 아니어서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8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2023년 10월 내각 결정 제23101-9호에 따라 기관·기업소의 임금을 대폭 상향 조정했다. 해당 결정서에는 ‘기관·기업소 노동자들에게 매월 지급하는 법정 노임을 상향 조정하라’는 지시와 ‘임금의 인상 수준 및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기관별 자율성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업소들은 이 같은 내각의 결정서가 내려진 이후 순차적으로 월급을 인상했는데, 규모가 큰 기업소들이 먼저 인상을 시작했다고 한다. 자강도·평안북도 등에 위치한 주요 군수공장과 김책제철연합기업소, 성진제강연합기업소 등 특급기업소들에서부터 월급 인상이 시작됐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본보가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취재한 바로는 일부 지방 기업소 신입 노동자의 경우 기존에 월급이 1500원(이하 북한 돈)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3만원 이상으로 20배가량 올랐다. 중급 간부의 경우에는 2023년 10월 이전에 월급이 5000~7000원이었으나 현재는 평균 8~12만원 수준으로 대폭 상향됐다. 기업소 지배인이나 당비서급 간부는 월평균 임금이 15만원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급이 오르기 전 매월 2000원 정도를 수령했던 고급중학교 교원은 현재 12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원의 월급 상향 수준은 재직 기간이나 직급에 따라 다르지만, 기존에 월급이 워낙 적다 보니 이번 임금 인상 조치에서 교원의 평균 임금 상승률이 다른 직군보다 높게 나타났다.
당 기관 소속 간부들의 임금 상승률도 유독 높았는데, 시 또는 군 당위원회 소속 중급 간부는 2023년 10월 이전 7000~8000원 정도의 월급을 받다가 현재는 18~22만원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취재됐다.
이런 가운데 일부 대형 기업소에서는 지난해 말 직원들에게 성과급 형식의 ‘경쟁총화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연말 총화를 앞두고 생산량 확대를 위해 직원별 생산 경쟁을 유도한 뒤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 것이다. 대형 제철연합기업소의 경우 지난해 경쟁총화금으로 수십만 원에서 1백만 원까지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북한 기관·기업소들이 일괄적으로, 일정 수준으로 임금을 상향 조정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재정 상황에 따라 임금 상승률과 인상 시기를 자율적으로 조정하면서 임금 인상 효과가 직군 또는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기업소들에서 5~6개월 동안은 오른 생활비(월급)를 지급하다 이후에는 생활비를 주지 않거나 한 달 생활비를 두 달 치로 정산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영 기관·기업소라 하더라도 임금을 국가가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재정부서에서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는 게 이 소식통의 말이다.
이에 기업소들은 임금 지급에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재원을 다각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및 행정기관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답사나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수익금을 기업소에 지원하는 방식도 한 방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어서 기업소들도 인상된 임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