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자식 보낸 후방가족에 “원호편지 써라” 지시…왜?

러시아 파병 소문에 따른 불안 여론 잠재우려는 의도…부모들은 얼굴 봐야 안심한다 토로

경례하는 북한 군인들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군 복무 중인 자식을 둔 후방가족 주민들에게 원호(援護) 편지를 쓸데 대한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4일 데일리NK에 “김책시 당위원회는 지난달 23일 군 복무하는 자식들을 둔 후방가족 주민들에게 격려의 편지를 써보내라는 지시를 동사무소들을 통해 인민반들에 포치하고 편지에 담을 내용까지 일일이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지시는 러시아 파병 소문으로 자식의 생사를 걱정하고 혼란스러워하는 후방가족 주민들의 불안 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에서 내려진 것이라는 게 당 간부들이 내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평가라는 전언이다.

인민군대가 전쟁터에 파병됐고 많은 군인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북한 내에서 끊임없이 돌고 있어, 혹여나 내 자식이 파병돼 무슨 일을 당한 것은 아닌지 불안감에 밤잠을 설치는 후방가족 주민들이 늘고 있다는 동향이 보고돼 이번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간부들은 보고 있다는 것이다.

후방가족 중에는 직접 통화하거나 우편이나 인편으로 편지를 보내 답장으로 자식의 생사를 확인하는 주민들이 더러 있는데, 이들 가운데 수화기 너머 자식의 목소리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였다거나 답장을 여태껏 못 받았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또 답장으로 온 편지에 “잘 있다. 현재 외부 작업 중이며 그 지역에서는 군사우편을 받을 수 없어 중대장이나 사관장이 대신 적어 보낸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등 대체로 직속상관이 대신 보낸 것들이 많다는 말도 돌고 있다.

이에 실제 자식을 군대에 보낸 후방가족 주민들은 한결같이 “진짜 내 자식의 목소리를 들어야 안심할 수 있다”면서 낮이고 밤이고 걱정으로 지새우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분위기에 일부 당 조직들에서는 “쓸데없는 소문에 흔들리지 말라. 당에서 아니라면 아닌 것”이라며 후방가족들을 으르기도 하고, “좋은 소식 있을 것이니 기대하고 기다리라”라는 등의 말로 위로하고 안심시키기도 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김책시당의 경우에는 시내 후방가족 주민들에게 편지를 쓸 것을 지시했는데, 편지 내용에 고향의 부모, 형제, 친척들은 모두 잘 있다는 내용과 고향에서의 건설 소식 등 좋은 소식들도 함께 써서 보내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후방가족 주민들은 편지는 안도감을 얻는 데 별로 소용이 없다면서 자식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거나 얼굴을 보여준다면 불안을 좀 내려놓겠다고 토로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