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종자 확보하려는 北 군인들, 겨울 군복 밀거래 나서

부업지 농사로 부식물 마련하려면 적극 나서야…군복 거래 금지 포고 효과 농촌에선 '미미'

북한 농촌지역 오토바이
북한 평안남도 지역의 한 농촌마을. 오토바이를 탄 주민이 논두렁 사이로 지나가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봄 감자 파종기를 맞아 북한 군인과 주민 간 군복-감자 종자 맞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북한 당국은 군복 거래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식량 자급자족을 위해 감자 종자가 필요한 군인들이 군복 거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에 “8군단 소속 군인들이 이달 초부터 농장 마을을 돌며 동(冬)군복과 신발이 필요한 주민들을 찾아다니고 있다”며 “봄 감자 심기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하니 군복을 감자 종자와 교환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에서 봄 감자 심기는 식량 마련을 위한 중요 사업으로 인식된다. 군부대들도 매년 이맘때 부업지 감자 파종 작업을 진행하는데, 그래서 매년 3월이면 감자 종자를 미리미리 확보하려는 군인들의 움직임이 바빠진다.

소식통에 따르면 군인들은 주민들에게서 감자 종자를 먼저 가져간 뒤 여름 군복이 보급되면 이후에 헌 겨울 군복을 주민들에게 가져다주는 식으로 감자 종자를 확보한다. 부대 부업지에 감자를 많이 심어야 부족한 부식물 해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군인들이 감자 종자 확보에 적극적인 것이다.

북한에서는 부대가 자체적으로 농사를 지어 부식물을 해결하다 보니 군인들이 직접 감자 종자를 마련하는 일에도 나선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군인들이 아직은 쓸 만한 동복과 동신발을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감자 종자와 흥정한다”며 “감자 종자는 대체로 동복 한 벌에 30~40kg, 동신발은 15~20kg에 거래된다”고 했다.

북한 군인들은 보통 2년에 한 번씩 겨울 군복을 보급받기 때문에 거래되는 군복이 상당히 낡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주민들이 군복을 필요로 하는 것은 겨우내 이어지는 비료 마련 작업 때 꽤 쓸모가 있어서다.

소식통은 “군인들이 감자 종자와 바꾸겠다고 가져오는 군복들은 구멍이 나지 않았을 뿐 색이 바래고 무릎이 나온 경우가 많다”며 “거래용으로 내놓는 군복은 중에 멀쩡한 것이 드물지만, 그 속에서 입을 만한 것을 찾아서 거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 당국은 군인이 아닌 주민들이 군복을 불법적으로 입고 다니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는 포고문을 내걸고 관련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지난해 10월 평안남도 소식통을 인용해 ‘군복을 비법적으로 입고 다니거나 군장을 만들어 밀매하는 행위를 절대로 하지 말 데 대하여’라는 제하의 사회안전성 포고문이 역전과 시장 앞에 나붙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혁명군대 영상 흐린다”…군복 불법 착용 단속 나선 北)

그러나 농촌 지역에서는 군복 밀매 행위 적발 시 엄격히 처벌하겠다는 당국의 포고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소식통은 “군인들은 먹거리 해결을 위해 감자 종자를 확보해야 하고 농촌 주민들은 작업복으로 입을 옷이 마땅치 않다 보니 군복을 사는 것”이라며 “수요와 공급이 맞으니 농촌에서는 군복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