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한 주민이 중국 휴대전화를 몰래 구매하려다 보위부가 쳐 놓은 덫에 걸려 현장에서 체포되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휴대전화 사용자 단속 방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8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회령시 보위부는 정보원(스파이)로 활동하는 주민들을 중국 휴대전화 판매자로 위장시키고 거래 장소에 매복해 있다가 구매자가 나타나 돈을 건네는 순간에 현장을 잡는 방식으로 중국 휴대전화 사용자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보위원들이 이렇게 함정을 파놓고 중국 휴대전화 구매자를 체포하고 있는 것은 북한 당국이 ‘중국 휴대전화 박멸전’을 선포한 데 따라 실적 압박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체포 실적에 따라 성과 평가가 이뤄지니 보위원들의 단속 수법이 한층 교묘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소식통은 “실적이 부족한 일부 보위원들이 1분기 총화(평가) 날짜가 다가오자 적극적으로 함정을 파고 있다”며 “이미 단속해 확보한 중국 손전화(휴대전화)를 정보원에게 넘긴 뒤 시세보다 5000~7000위안 정도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구매자를 유인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9일 회령시의 40대 주민 A씨는 보위부가 놓은 함정에 걸려 단속되는 변을 당했다. 송금 브로커로 활동하다 1년 전 보위부에 체포된 뒤 3개월 만에 풀려난 그는 한동안 송금 일을 하지 않다가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자 다시 송금 일을 재개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삼자를 통해 2만 위안(한화 약 400만원)에 중국 휴대전화를 판매하겠다는 주민을 소개받은 A씨는 그가 보위부 정보원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직접 거래를 시도하다 현장을 덮친 보위원들에게 체포됐다.
소식통은 “현재 중국 손전화 가격이 보통 3만 위안인데 아무리 싸게 사도 2만 5000위안을 줘야 하고 2만 위안에 손전화를 사기는 어렵다”며 “그런데도 A씨는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는 점을 의심하기보다 싸게 살 기회가 있을 때 무조건 사야 한다는 생각에 거래를 시도했고 결국 보위원들에게 단속됐다”고 말했다.
특히 A씨에게 손전화를 판매하려 했던 보위부 정보원도 송금 브로커 활동을 했던 사람이라 A씨가 더더욱 큰 의심 없이 거래에 나섰던 것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렇게 북한 당국이 중국 휴대전화 사용자 박멸전을 선포하며 단속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밀수나 송금 브로커 활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국경 지역 주민들은 돈을 벌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 휴대전화를 구매하려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위부는 덫을 놓는 등 다양한 단속 방법을 강구하면서도 중국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상호 감시와 신고를 철저히 하도록 주민들을 압박하고 있어 주민 간 갈등도 심화하는 분위기다.
소식통은 “서로 안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먼저 신고를 안 하면 내가 신고를 당해 처벌받는 상황”이라며 “오죽하면 요즘 불법 장사를 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겠느냐”고 했다.
그는 “내가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신고도 해야 하고 보위부 정보원 역할도 해야 한다”며 “보위원들이 파놓은 함정에 걸려 변을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있지만, 주민 간 불신이 점점 깊어져 분위기가 더더욱 삭막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