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출산했는데 휴가 반려…온실농장 건설 돌격대원들 불만

교대 인원 부족하다며 휴가 불허해놓고 "자진해서 혁신한다" 선전하며 긍정감화 교양에 활용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월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날(10일) 진행된 착공식 소식을 전하면서 “신의주시 하단리와 의주군 서호리 지역에 최대 규모의 현대적인 온실농장과 남새과학연구기지가 지방진흥의 진일보를 상징하는 창조물로 일떠서게 된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지난해 수해를 입은 평안북도 신의주시 하단리와 의주군 서호리 지역에 대규모 온실농장을 건설 중인 가운데, 공사에 동원된 돌격대원들이 아내의 출산 등으로 휴가를 승인받지도, 신청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 있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16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450정보(약 135만 평) 규모의 온실농장 착공식이 열린 후 현재 건설 현장에서는 기초 작업과 도로 정비, 블록 제작 등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집안 사정으로 휴가를 신청한 돌격대원들은 ‘교대 인원이 없다’는 이유로 계속 반려되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런데 돌격대 지휘부에서는 이들의 휴가 신청을 반려해놓고 도리어 ‘긍정 감화 교양사업’ 대상으로 삼아 공사 작업에 더욱 몰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례로 앞서 이달 초 한 돌격대원은 아내의 출산 소식을 듣고 휴가를 신청했지만, 교대 인원이 없다는 이유로 승인을 받지 못했다. 북한 당국이 아이를 많이 낳아 키우라며 출산을 장려하고 있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먼 조처라는 점에서 돌격대원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일었다고 한다.

상부에서는 그렇게 휴가 승인을 차일피일 미루던 중 갑자기 이 돌격대원을 ‘아내의 출산 소식을 듣고도 자진해서 연일 혁신하고 있는 모범적인 혁명가’로 선전하고 나섰다. 아내와 태어난 아이도 남편이 위대한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구상을 받들고 혁명 과업을 수행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다.

실제로는 휴가를 가고 싶어도 보내주지 않아 못 가는 실정에 있는데, 아내의 출산에도 개의치 않고 현장에 남아 일하겠다고 자처한 것인양 몰아가면서 그를 모범으로 내세워 군중을 감화하는 교양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동료 돌격대원들은 “꼼짝없이 아이를 보러 가지도 못하고 선전용으로 살게 생겼다”며 혀를 내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해당 돌격대원은 상부에서 휴가를 보내주지 않는 것에 대놓고 불만을 표출할 수도 없게 됐고, 비슷한 이유로 휴가를 신청하고자 하는 다른 돌격대원들도 휴가를 보내달라 선뜻 요청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이는 결국 작업장을 이탈하는 돌격대원들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안해(아내)가 아이를 낳아 보러 가야 할 사람도 이렇게 남아서 혁신하는데 너희는 왜 그러느냐는 식으로 이용하기 위한 의도”라고 지적했다.

현재 온실농장 건설 현장에는 군인 건설자들과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 속도전청년돌격대 등은 물론 단위별로 조직된 돌격대원들이 투입돼 경쟁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에 돌격대원 1명이라도 작업장에서 이탈하지 않게 하기 위한 돌격대 지휘부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돌격대 지휘부들은 돌격대원들을 건설장에 어떻게든 묶어두려고 모범 돌격대원으로 내세운 해당 대원의 집에 각종 선물을 전달하는 등의 보여주기식 행사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