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 창건 80주년 위한 ‘연유 밀수’ 주문…제재 회피 골몰

러시아·홍콩 현지 위장 회사 적극적으로 활용…서류 조작·불법 환적으로 연유 수입 확대 계획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이 개최됐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올해 노동당 창건 80주년(10월 10일)을 앞두고 충분한 연유(燃油) 확보를 위해 국제사회의 제재망을 피한 국가 밀수를 적극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 품목을 반입할 수 있는 우회로를 계속해서 모색·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13일 “내각 대외경제성이 지난 9일 로씨야(러시아)와 홍콩 내 조선무역은행 소속 무역회사들에 국제적 감시망에 제기되지(문제되지) 않게 당 창건 80돐(돌) 전까지 최대한 많은 연유를 확보하라는 무역 지시를 포치했다”며 “대외경제성은 대규모 국가 행사 준비를 보장할 연료 확보가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와 홍콩에 등록된 조선무역은행 계열 회사 중 몇몇은 현지인의 명의를 빌려 설립한 회사로, 실제로는 조선무역은행 소속 북한 무역일꾼이 배후에서 운영·관리·조종하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위장 회사들을 활용해 서류 조작, 불법 해상 환적 방식으로 연유를 수입할 전략을 세웠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로 러시아 현지에 등록된 위장 회사 ‘프리모르스크 에너지’(Primorsk Energy LLC)와 중국 국영 에너지 기업 간의 석유 거래 계약서에 등록지가 홍콩인 위장 회사 ‘청하 인터내셔널 트레이딩’(Chungha International Trading)이 중개인으로 들어가 있다고 한다.

계약서상으로는 홍콩 회사의 중개를 통해 중러 기업 간의 정상적인 석유 거래처럼 보이지만 이는 위장일뿐, 실제 석유는 중국의 개인 기업이 공해상에서의 불법 환적을 통해 북한에 넘기는 방식으로 해서 최종적으로는 북한에 흘러 들어가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거래와 관련된 대금 세탁도 체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회사가 국제 금융망을 이용해 대금을 분산 처리하는 방식으로 감시망을 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북한은 8차 당대회를 마무리하는 해이자 당 창건 80주년이 되는 올해 대규모 정치·군사 행사를 치르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으로 전해졌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北, 러시아와의 무역·조달망 확대…대북제재 돌파구 찾나)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당에서는 지금부터 올해 10월 초까지 해외 무역회사와 무역대표부들에 ‘국가 행사 보장을 위한 원유 수입에 전력할 데 대한 지시’를 계속 내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감시와 제재를 피하기 위해 불법 해상 환적과 위장 거래 방식을 더욱 정교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나 중국을 통해 국제사회 제재 품목인 원유 수입량을 늘리려는 시도를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국내 언론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집중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이면에서 진행되는 경제협력”이라며 “특히 북한이 군수·제조·생산 전반에 필수적인 연유(석유 가공 제품) 확보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북러 협력의 핵심 축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