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러시아와의 무역·조달망 확대…대북제재 돌파구 찾나

러시아 중심으로 석유·식량·비료 수입 확대할 계획…국제사회의 제재 압박에 대응할 공간 확보

중국 방천에서 바라본 북한, 중국, 러시아 접경 지대. 멀리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두만강 철교가 보인다. /사진=데일리NK

북한이 러시아와의 무역을 대폭 확대하며 석유, 식량, 비료 조달망을 러시아 중심으로 증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13일 “지난 8일 당 경제부가 비준한 내각 지시가 2월 추가 행정 지시문으로 9일 대외경제성과 육해운성 등 관련 성(省)과 도(道) 무역기관들에 포치됐다”며 “2월 인민경제 기본 계획과는 별개로 기존에 없던 사업을 긴급히 집행할 필요에 따라 내각이 추가 지시로 하달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이번 조치는 연유(燃油), 식량, 비료 같은 국가 필수 물자의 조달을 로씨야(러시아)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며 “내각은 조중(북중) 무역이 제재와 통제로 불안정해진 반면 로씨야와의 거래는 더 크고 믿을 만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렇다고 중국을 통한 광물 수출 및 식량·비료 조달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며, 올해 상반기에 국한해 러시아를 통한 필수 물자 조달망을 임시 증편하는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러시아를 통해 필수 물자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임시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이번 사안은 새로 들어선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북러 밀착을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러시아와의 무역 경로를 확대해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에 대응할 공간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즉,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우회로를 구축해 제재를 무력화하고 필수 물자 조달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으로 내각은 대외경제성을 통해 나선시의 기존 무역 거점과 대표부를 러시아 내부로 이동해 러시아 극동지역과의 자원 거래를 지난해보다 3배 확대하며 대형 계약 성사를 위한 실무팀도 이달 안에 러시아로 급파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내각은 2월부터 6월까지 로씨야로부터 16만여 톤(약 12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할 계획이며 해당 기관들에 차질 없는 준비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지시가 실제 집행된다면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97호에서 규정한 북한의 연간 정제유 수입 한도 50만 배럴을 초과하는 것으로 국제 제재 위반에 해당된다.

이와 함께 내각은 육해운성에 나진·청진항의 러시아발 화물선 입항 확대와 항만 관리 정비를 추가로 지시해 물자 수입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내각은 지시에서 2월부터 밀가루 3000톤과 식료품을 수입하고, 3월에는 로씨야 연해주에서 비료 5000여톤을 수입한다는 계획”이라며 “관련 해당 기관들에 철저한 준비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러시아에서 대량의 물자가 들어와도 국가 기관에 우선 배분될 가능성이 커 일반 주민들의 생활은 크게 나아질 것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러 밀착은 포괄적 동반자 협정에 예고된 대로”라며 “이제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대북 제재를 변수로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올해 북한이 당 창건 80주년과 내년 초 9차 당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은 이번 대규모 수입 확장을 통해 한국을 적대적 국가로써 물리적으로 단절시키고 러시아와의 관계에 집중할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할 기회로도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