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 군당국이 무인항공기(드론)를 도입한 훈련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확인된 북한군의 부족한 전투능력을 빠르게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3일 북한 내부 군(軍)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북한 군부대에서 드론을 활용한 훈련 빈도가 크게 높아졌다. 평안북도 염주군에 사령부를 두고 있으면서 중국과 접경을 맞대고 있는 국경지역에 주둔하는 8군단에도 지난해 말 무인기를 활용한 훈련을 확대하라는 지시가 하달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이한 점은 드론을 조작하고 공격하는 기술에 대한 습득과 훈련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드론 방어에 대한 훈련도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식통은 “군인들이 무인기를 다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수시로 훈련하며 무기를 익히는 과정을 거쳤다”며 “무인기로 공격하는 것뿐만 아니라 방어 전술도 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현대식 드론 전쟁을 몸소 경험한 북한군이 빠르게 드론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기본적으로 현대전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전투에 투입됐고, 이로 인해 인명피해를 크게 입었다”며 “러시아가 지원이나 교육이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실전 능력 향상을 위해 북한이 스스로 취약점을 보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북한군은 참전 초기부터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에 정조준 당하자 겁에 질린 표정으로 드론을 멍하니 쳐다보는 등 공격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난달 말 북한군 사상자가 4000여 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지난해 10월부터 러시아에 파병된 1만 2000여 명 북한군 가운데 1/3에 해당하는 병력의 손실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북한군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지자, 북한 군 당국이 자국 국인들의 드론 전투 능력을 향상시키면서 동시에 러시아에 파병될 병력을 대상으로 드론 훈련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현재 북한이 훈련에 사용하는 드론은 중국산 부품을 조립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지금 훈련에 쓰는 무인기는 다 부품을 중국에서 들여와 만든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여기(북한)에서 생산된 무인기를 훈련에 사용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당국도 드론 자체 양산 능력을 빠르게 갖춰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무인항공기술연합체 산하 연구소와 기업소를 방문해 자폭 드론의 성능 시험을 현지지도 한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하루빨리 계열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본격적인 대량생산에 들어갈 것”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러시아와 드론 공동 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지난 9일 일본 NHK는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러시아의 기술협력으로 드론을 공동 개발해 올해부터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전의 중요성을 깨달은 북한 당국이 드론 개발과 생산, 실전 훈련까지 드론 능력을 전방위적으로 향상해 나갈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양 연구위원은 “북한이 참전을 통해 무인기를 활용할 전투 능력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즉각적인 공격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리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