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서 봄 초모 시즌을 맞아 작별의 정을 나누는 모습이 이곳저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가족 ·친구·제자를 군대로 떠나보내야 하는 이들은 입대 예정자들에게 군 생활에 필요한 갖가지 용품들을 선물하고 응원·격려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10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동림군에서는 곧 입대할 가족·친구들과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내며 작별의 아쉬움을 나누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이제 헤어지면 언제 다시 볼지 모른다는 애틋함에 크고 작은 선물을 준비해 전하기도 하고, 응원과 격려의 말도 건네는 등 훈훈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에는 입대 예정자들에게 선물을 주는 문화가 있다. 대체로 가족 관계에서는 현금을, 친구 관계에서는 면양말이나 양말을 대신해 쓰는 발싸개, 작업 장갑 등 군대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용품을, 사제 관계에서는 병사수첩이나 필기도구 같은 것을 선물하는 게 일반적이다.
소식통은 “초모 시기가 되면 기념품(선물) 장사꾼들이 많아진다”면서 “기념품의 종류는 20여 가지에 달하는데, 과거에는 초상화 정성사업 때 쓰는 정성도구(청소도구)와 같이 정치성이 강한 것을 줬으나 지금은 진정으로 필요한 물건들을 주는 식으로 추세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군 생활에 꼭 필요하거나 쓸모 있는 실용적인 물건을 선물로 주는 경향이 근래에는 짙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봄에 둘째 아들을 군에 보내는 동림군의 한 40대 주민은 “몇 년 전 첫째 아들 때와 달리 이번에 둘째 아들은 발싸개, 목달개(깃받이), 면내의 같은 실용적인 것들을 기념품으로 많이 받았다”며 “하나하나 군에 가서 덜 고생하길 바라는 애정 어린 마음이 엿보이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작별 인사말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에는 입대 예정자들에게 “영웅이 돼 돌아오라”는 말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이런 말을 삼가고 “몸조심하라”, “무사히 돌아오라”는 무난한 인사말을 건네는 분위기라고 한다.
소식통은 “요즘에는 영웅이 되라는 말을 하면 당사자들이 눈살을 찌푸린다. 이런 정치성이 강한 말들은 졸업식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나 하고 개인적으로는 안 하는 추세”라며 “어떻게든 건강하게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 최고이기 때문에 그런 바람이 담긴 말로 작별 인사를 한다”고 했다.
북한에서 영웅은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이들에게 부여되는 칭호다. 즉, 영웅이 되라는 말은 희생정신을 강조하는 듯한 느낌을 담고 있어, 이런 인사말로 부담을 주기보다는 순수하게 안전과 건강을 염원하는 말을 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군에 입대하면 어디로 가게 될지, 가서 얼마나 고생할지 여러모로 속상한(걱정되는) 시간의 연속인데, 그런 면에서 입대를 앞둔 이들에게는 실용적인 기념품과 진솔하고 따뜻한 인사말이 무엇보다 큰 위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