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원격교육체계 외치지만 대학들은 수요 없어 ‘골머리’

원격교육 희망자 적어 과정 운영 난항…소식통 "원격교육체계는 국가의 선전용 문구에 불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4년 5월 5일 함경북도 청진광산금속대학 일꾼들의 사진을 게재하고 “원격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업에 힘을 넣고 있다”라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다그치며 원격교육체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대학들은 원격교육 과정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원격교육을 희망하는 대상자가 극히 적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데일리NK 황해북도 소식통은 10일 “송림금속기술대학 교원들이 원격교육을 받겠다는 사람이 없어 지금 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대학들은 원격교육학부를 두고 일꾼, 노동자, 교원 등 각계각층의 근로자들이 일하면서 배울 수 있는 원격교육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9년 4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에서 채택된 원격교육법에 따른 것으로, 북한은 이를 토대로 원격교육체계를 제도화하면서 원격교육을 활용한 과학기술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근로자들이 굳이 시간을 써가며 원격교육을 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데 있다.

소식통은 “현장에서 직접 설비를 다루는 기능공들이 이론만 배우고 실습 몇 번밖에 안 한 대학 졸업생들보다 설비를 다루는 기능이 뛰어나다”며 “그러니 원격교육에서 딱히 배울 것이 없으며, 원격교육을 받는다고 승진이나 조동(이직) 같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희망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원격교육에 투입되는 교원들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교원들은 자신이 맡은 수업 외에도 원격교육 과정안을 만들고 교수안을 짜야 한다”며 “정작 원격교육을 받겠다는 사람이 없는데도 교수안을 짜서 학과장과 학부장의 비준(사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업자료를 준비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원격교육체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주민도 상당수라고 한다.

아울러 소식통은 “원격교육체계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며 “그나마 원격교육으로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대개 호기심 많은 청년들인데, 단순한 호기심으로 접근했다가도 국가 인트라넷이 깔려 있는 특정 장소에서만 학습이 가능하니 현실적으로 참여가 쉽지 않다”고 했다.

북한 당국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부각하면서 원격교육을 활용해 지식형 근로자를 양성하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필요로 하거나 참여하는 근로자들이 거의 없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원격교육이 사람들의 생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며 “원격교육을 통해 얻을 것이 없고 또 원격교육으로 학습할 환경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원격교육체계라는 말은 국가의 선전용 문구에 불과한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