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군 제620훈련소(군단급)에서 후방물자(보급물자) 횡령과 뇌물 거래 등 내부 부정부패 행위가 드러나면서 부패 척결 및 기강 확립을 위한 대책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군 소식통에 따르면, 황해북도 신계군 소재 620훈련소 직속 후방부 대대장이 지난 3일 훈련소 검찰소에 체포됐다. 앞서 1월 초 군량미로 입고될 예정이었던 쌀 2.5톤을 군량미 접수 농장 인근 기차역에서 빼돌린 뒤 이를 옥수수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쌀을 부정 취득한 사실이 적발되면서다.
620훈련소 산하 포병대대 내부에서는 1월 중순부터 급식 문제와 관련해 여러 차례 불만이 제기됐다고 한다. 대대 군인 식당의 급식 출고 지도서에는 백미(입쌀)와 강냉이(옥수수)를 5대 5의 비율로 섞어 공급하도록 명시돼 있었지만, 매일 100% 강냉이밥만 공급됐기 때문이다.
이에 일일 식당 당직을 맡은 중대급 군관들이 급식 출고 지도서와 실제 급식 내용이 다르다는 문제를 대대 후방부에 제기하기 시작했다.
후방부 대대장이 군량미를 빼돌린 것이 급식 문제의 원인이었으나 이 대대장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훈련소 상급 정치·보위 지휘관들에게 쌀, 담배, 술, 현금 등을 뇌물로 바쳤고, 그 결과 내부의 문제 제기는 무시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달 1일 대대 식당을 관리하는 화식장(취사장소 화식기재 관리 군인)이 후방부 대대장의 부정행위를 폭로하는 투서를 620훈련소 검찰소에 내면서 사건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결국 지난 3일 후방부 대대장은 훈련소 검찰소에 체포됐으며, 현재까지의 조사 과정에서 그의 추가적인 후방물자 횡령 비리까지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재 620훈련소 내부에서는 문제의 후방부 대대장이 군사재판에 회부돼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620훈련소는 부패 척결과 기강 확립을 위한 대책 마련에 즉각적으로 나섰다.
소식통은 “훈련소는 모든 행정, 정치, 보위, 후방부서 지휘관뿐만 아니라 개별 하전사(사병)들도 상하 관계에 구애받지 않고 비리를 신고할 수 있도록 신고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며 “신고자를 색출해 보복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지휘관에 대해서는 부대 참모부, 정치부, 보위부가 직접 개입해 공정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특히 훈련소는 이달 중순부터 감시·보고·검열·신고 체계를 정상화하고 내부 신고자 보호 조치를 철저히 시행할 것을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번 대책이 이전과 달라진 점은 지휘관들의 압박과 보복을 두려워하지 말고 어느 부서든 지휘관들의 비리를 발견하는 즉시 신고해야 한다는 원칙을 훈련소 차원에서 산하 부대에 공식적으로 선포한 것”이라고 했다. 비리를 고발해도 묵인되거나 신고자가 보호되지 못했던 기존 문제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군 내부의 부정부패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훈련소 차원의 조치가 내부 부패 척결과 기강 확립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소식통은 “훈련소 일부 군인들 속에서는 규율을 바로 세우는 것은 좋지만 비리를 신고한다고 훈련소 상급 지휘관들이 제대로 처벌될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며 “괜히 힘없는 군인만 희생되고 신고 체계 조치도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반응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