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 직전 ‘털털이 차’ 반입에 차량 밀수 투자한 개인들 ‘울상’ 

원가는 7만 위안인데 2만 위안에도 안 팔려…중국 대방은 나 몰라라, 당국은 와크비 빨아들여

2013년 8월 촬영된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사진=데일리NK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차량 밀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큰 돈벌이가 될 것으로 보고 거액을 투자했던 개인들이 막대한 경제적 손실에 울상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7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혜산시에서 국가 밀수로 차량을 수입하는 일에 뛰어든 사람들이 빚더미에 올라앉기 직전”이라면서 “중국 쪽 대방(무역업자)들이 지나치게 오래되고 낡은 차량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앞서 혜산시의 경제력 있는 개인들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경쟁적으로 국가가 승인한 차량 밀수에 투자하고 나섰다. 그런데 최근 중국 쪽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중고차를 보내는 사례가 늘고 있어 개인들이 상당한 금전적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달 말 40대 주민 A씨는 자금을 투자해 중고차 10대를 반입했으나 이 중 7대가 상태가 매우 나쁜 소위 ‘털털이 차’로 확인됐다.

이 차량들은 모두 새로 페인트칠을 해 겉모습은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연식이 오래돼 수명을 거의 다한 것들이라 현재 제 가격에 판매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차 한 대당 들여온 원가는 7~7만 2000위안 정도인데, 지금 잘 팔아야 2만 위안에 불과하다”며 “결국 5만 위안에서 5만 2000위안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게 된 원인으로는 차량 밀수 수요의 과도한 증가가 꼽힌다. 경제력이 있는 개인들이 앞다퉈 너도나도 차량 밀수에 뛰어들면서 중국 측 무역업자들이 차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에 한심한 차량을 그럴듯하게 눈속임해서 북한으로 들여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차량 밀수가 막 시작된 초반에는 좋은 품질의 차량이 반입돼 개인들이 수익을 내기도 했으나 요즘에는 폐차 직전의 차량들이 반입되고 이것이 잘 팔리지도 않아 개인들이 막대한 적자를 보고 빚더미에 앉게 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중국 대방들은 무조건 대금을 받은 후에야 차량을 보내기 때문에 여기(북한)서는 그전에 차량의 품질을 확인할 수 없다”며 “차량 밀수는 순전히 중국 대방을 믿고 돈을 선지급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게다가 밀수 1회당 최소 주문 대수는 5대 이상이라, 일부 개인들은 돈을 빌리면서까지 밀수에 투자해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중국 대방들이 품질 불량 차량을 반입한 사실을 인정하고 보상해주는 것이지만, 중국 대방들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나 몰라라 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피해를 본 개인들은 얼굴도 모르는 중국 대방들과 전화로 문제를 해결해 보려 하지만 통화비만 낭비할 뿐 해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겠다는 의도로 품질 낮은 차량을 보낸 대방들이 마음을 바꿔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겠느냐”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 북한 당국은 개인들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량 밀수 와크(무역허가증)비만 빨아들이고 있어 개인들의 고충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양심적으로 차량을 보내주는 중국 무역업자들도 여전히 있어 혜산시 국경 지역에서는 지금도 국가 밀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개인들은 반입된 차량의 상태를 두 눈으로 확인할 때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고 내내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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