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서 차량 밀수 활발…경제력 있는 주민들 앞다퉈 투자

와크비 내렸는데 차량 판매가는 그대로라 투자 이익 ↑…활발한 밀수에 환율 오르자 물가도 올라

양강도 혜산
2018년 8월 촬영된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국가 차원의 차량 밀수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경제력이 있는 주민들은 돈벌이를 위해 밀수를 진행하는 무역회사에 앞다퉈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21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혜산시에 중국산 승용차가 국가 밀수를 통해 반입되고 있다”면서 “자금력이 있는 사람들은 수익을 올리려 무역회사에 돈을 넣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밀수로 반입되는 차량의 대부분은 중고차로, 신차는 전체 물량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신차는 가격이 비싸 판매 속도가 느린 편이어서 중고차 반입률이 높은 것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차량 밀수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늘고 있는데, 이는 얼었던 압록강이 녹기 시작해 차량 밀수가 어려워지면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들어 차량 밀수 와크(무역허가증)비가 지난해 3만 위안에서 2만 5000위안으로 5000위안 하락했으나 북한 내에서 차량 가격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수익률이 높아진 것도 개인 투자 증가의 요인이라고 한다.

실제 혜산시에서는 지난해 8만 3000위안에 거래되던 중고 차량이 현재도 동일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다만 올해 와크비가 줄면서 차량 한 대를 팔아 얻는 수익이 지난해 5000~7000위안에서 1만~1만 2000위안으로 늘어나게 됐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국가에서 와크비를 낮춘 것은 단순히 부담을 덜어주려는 조치가 아니라 차량 밀수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 외화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국가가 더 많은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런 실정에 돈 있는 개인들은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하며 밀수에 자금을 투자하고 있고, 그런 개인 중에는 송금 브로커들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중국 손전화(휴대전화) 단속이 극도로 강화되면서 일부 송금 브로커들이 차량 밀수로 전환하고 있다”며 “개인 밀수와 달리 국가 밀수는 무역회사와 이익을 나눠야 해 이윤이 적지만 차량 밀수는 단속될 위험이 없어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처럼 북한에서 경제력이 있는 개인은 밀수가 이뤄지는 한 어떤 식으로든 돈벌이할 기회가 있지만, 오히려 취약계층에 속하는 주민들의 생활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실제 그는 “밀수가 원활하게 진행되면서 최근 혜산시에서 돈대(환율) 1위안에 3000원까지 오르고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장마당 상품가격도 덩달아 오르면서 주민들의 생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밀수가 활발하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주민들은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반면, 취약계층은 환율 상승과 물가 인상으로 경제적으로 더욱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돈이 돈을 번다는 말처럼 경제력 있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부를 축적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면서 “부유층과 빈곤층 간 격차가 갈수록 심화해 마치 평양과 지방의 수준 차이처럼 계층 간에도 빈부격차가 뚜렷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