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1회 노래 보급’ 지시에 주민들 “살기도 막막한데”

황해남도당, 주 1회 노래 보급 정례화 지시…"노래 부른다고 생활 나아지느냐” 강한 반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4년 6월 10일 “군중문화예술활동을 활발히 벌여 예술의 대중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며 사회주의건설의 들끓는 전투장마다에서 혁명의 노래, 투쟁의 노래가 힘있게 울려퍼지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평양어린이식료품공장의 군중문화예술활동.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황해남도 당위원회가 주민들의 사상 무장을 위해 ‘매주 1회 노래 보급’을 의무화한 가운데, 주민들은 “살기 막막한데 노래만 강요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황해남도 당위원회는 지난 15일 모든 단위에 노래 보급을 매주 1회 정례화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각 단위에서는 의무적으로 독보 또는 학습 시작 전 시간을 활용해 주민들에게 노래를 부르게 하고 있다.

소식통은 “기존에는 노동신문에 새 노래가 실리거나 또 당적으로 특정 노래를 지정해 지시가 내려올 때만 보급이 이뤄졌으나 이제는 매주 1회 노래 보급 시간을 가지고 현장에서 다같이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전했다.

보급되는 노래의 선곡은 각 단위의 세포비서가 하며, 선곡 범위는 항일투쟁 시기 혁명가요부터 최신 선전가요까지 모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여기(북한) 노래들은 전부 체제 선전에 맞춰져 있어 사실 선곡을 누가 하든 큰 차이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세포비서가 곡을 선정하는 절차 자체가 ‘당의 방침’이고 절대 어길 수 없는 규율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번 사업의 목표는 단순한 노래 보급이 아니라 모든 주민이 노랫말을 외우는 과정을 통해 당과 수령에 대한 충실성과 혁명성을 갖게 하는 데 있다”고 했다.

실제로 각 단위는 문답식 노래 경연을 수시로 조직하라는 도당의 지시에 따라 주민들이 가사를 완전히 암기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연습시키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이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라고 한다. 주민들은 “노래만 부른다고 생활이 나아지느냐”며 강한 반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과거부터 노래를 사상 및 체제 결속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김일성 시대부터 ‘혁명이 있는 곳에 노래가 있다’는 구호 아래 노래를 핵심 선전·선동 도구로 삼아 주민들의 충성심과 애국심을 고취해왔고, 이는 김정일·김정은 시대에도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러나 경제난 심화로 생계에 허덕이는 주민들은 더 이상 당국이 보급하는 노래에 호응하지 않는 분위기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노래가 사상통제의 효과적인 수단이었을지 몰라도 이제는 사람들이 처한 현실이 너무 힘들어지면서 위에서 아무리 혁명적 노래를 강요해도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며 “또 외부 정보 유입이 증가한 것도 선전선동에 휘둘리지 않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은 ‘먹고살기도 막막한 상황에서 노래를 부른다고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생활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라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면서 “결국 억지로 노래를 외우게 하고 부르게 하는 이런 강제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은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