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업 시즌을 맞아 졸업을 앞둔 북한 학생들이 담임교사에게 전할 선물 준비에 분주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졸업 시기에 담임교사에게 선물을 주는 관행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힌 가운데, 이에 대한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6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평성시의 고급중학교(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은 졸업을 앞두고 담임교사에게 전할 선물을 준비하는 데 쓸 비용을 마련하느라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북한에서는 예부터 소학교(초등학교), 초급중학교(중학교), 고급중학교 졸업 때마다 학생들이 담임교사에게 선물하는 일이 일반적인 관행처럼 이어져 오고 있다. 담임교사 1명이 한 학급을 몇 년씩 쭉 맡는 체계다 보니 졸업하는 학생들이 오랜 기간 자신들을 돌보고 가르친 담임교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의미로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의 크기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선물을 마련해 담임교사에게 건네는 행위 자체는 북한 학생들에게 당연한 의무로 여겨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우리가 왜 꼭 선물을 줘야 하냐’는 불만도 나오지만, 전체적인 분위기 때문에 강력한 반대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담임교사들 역시 졸업하는 학생들이 선물을 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심지어는 더 나아가 원하는 선물 품목이나 종류를 학급 반장 등에게 은근슬쩍 귀띔해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교사들이) 직접적으로 무엇을 달라 요구하지는 않으나 원하는 것을 우회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며 “예컨대 ‘우리 집 TV가 오래돼서 전기를 많이 먹는다’, ‘밥솥이 낡아서 밥맛이 별로다’, ‘우리 애가 대학에 가는데 녹음기가 필요하다고 한다’면서 돌려 말해 알아듣게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준비하는 선물 품목은 TV나 전기밥솥, 양복 원단, 녹음기 등 값이 좀 나가는 것들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로 소학교와 초급중학교 학생들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대신해 비용을 분담하지만, 고급중학교 학생들은 부모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직접 돈을 벌어 선물 마련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고급중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는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는 인식이 강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장사 물동을 나르거나 알탄을 팔아 직접 번 돈으로 선물 비용을 충당한다”며 “그러다 보니 부모들 속에서 더 불만이 나온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졸업 시기에 담임교사에게 감사 선물을 건네는 관행이 하나의 문화로 굳어지고, 이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경제적인 부담을 져야 하는 현실을 꼬집어 비판하고 있다는 얘기다.
소식통은 “이번에 자식 학급 담임에게 TV를 선물하게 된 평성의 한 학부형은 ‘평성이 장사가 활발한 곳이라고는 하지만 생활 형편이 좋은 집이 많지 않다. 이런(선물 마련 비용) 부담을 감당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나라에서 교원들에게 배급이나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 않는 상황에서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에 대한 고마움의 뜻을 전하는 차원에서 시작된 것인데, 이제는 아예 ‘당연한 것’이 돼 버렸다”며 “학생들이나 학부형들의 불만이 거세도 쉽게 바뀌거나 사라질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