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무력훈련기지 시찰 직후 ‘1호 신변 안전 호위 수칙’ 위반으로 20여 명의 군인들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이들 중 1명의 부모가 사라지는 일이 벌어져 흉흉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데일리NK 평양시 소식통은 “원수님(김 위원장)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무력훈련기지 시찰에서 불결한 모습을 보여 체포된 20여 명의 군인들이 1월 중순 예심을 끝내고 군 보위국 노동연대로 보내졌다”며 “군 보위국은 이들이 형기를 마친다고 해도 고향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격리구역으로 이송할 것을 결정했는데, 이것이 주민사회에까지 퍼져 주민들이 경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군 보위국이 군인들의 체포 사실과 이들에 대한 영구 격리 결정을 은폐하기 위해 부모들에게 사망통지서를 전달한 것이 이번 사건이 주민사회에 알려지게 된 발단이었다.
체포된 군인들의 부모들은 지난 1월 말 사망통지서를 받았다고 한다. 부모들은 대체로 덤덤히 받아들이는 모습이었지만, 일부 돈 있고 힘 있는 부모들이 군 내부 연줄을 통해 자식의 사망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들쑤시고 다니면서 이번 사건의 전말이 주민사회에도 알려지게 된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실제로 황해북도 사리원시에 사는 한 부모는 늦둥이 외아들의 사망통지서를 받고 “가산(家産)을 다 팔아도 좋으니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고 싶다”며 평양에까지 줄을 놔서 알아봤고, 그렇게 이번 사건을 알게 됐다.
이후 이들은 “느지막이 생긴 아들을 금이야 옥이야 키웠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라면서 동네 주민들에게 울며불며 이번 사건을 이야기했고, 곧 소문은 사리원시 전체에 퍼지게 됐다.
그러다 돌연 이들이 사라지는 일이 일어났다.
소식통은 “이 부모는 지난달 15일 군에서 불러 평양으로 올라갔는데 그 뒤로 돌아오지 않고 있고, 이후 19일에 갑자기 시 인민위원회 주택배정부가 나타나 이 집의 모든 물건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에게 집이 배정됐음을 알려 동네 주민들이 경악했다”고 말했다.
이에 현재 사리원시에는 ‘아들을 찾아 나선 부모들까지 사라졌다’는 말이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소문을 접한 주민들은 도무지 국가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은 것도 아니고, 사격훈련 중 동작 하나 잘못하는 실수로 가족까지 몰살당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이냐’, ‘원수님도 이를 아시는가’라는 등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군 내부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전언이다. 군 간부들조차 “1호(김 위원장)와 직접 관련된 사건은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이 무조건 엄중 처벌이며, 앞으로 다른 부대들에서도 1호 관련 규율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조심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무엇보다 사건이 발생한 특수작전무력훈련기지의 군 간부들과 군인들 속에서 극한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으며, 사망통지서 하나로 모든 것이 끝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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