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양강도 혜산임업기계공장에서 월말 생산계획 달성을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연장근무를 지시했다가 강한 반발에 부딪혀 하루 만에 이를 철회하는 일이 발생했던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4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혜산임업기계공장 초급당위원회는 2월 생산계획을 무조건 관철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위해 22일부터 말일까지 1시간 연장근무를 실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면서 직장장과 부문 당비서는 물론 공장 직맹(조선직업총동맹)위원장과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위원장들에게도 조직정치사업을 강화해 노동자들의 사상적 각성을 촉구하고 생산계획 달성을 위해 정신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독려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연장근무 지시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노동자들은 단순히 피로감 누적 문제가 아니라 생산 조건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연장근무를 강요하는 데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실제로 한 노동자는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자재도 부족한데 연장근무를 해 봤자 시간만 허비하는 것 아니냐”며 드러내놓고 반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공장 직맹위원장과 청년동맹위원장은 “조직원으로서 사명을 다해야 한다”며 노동자들을 다독이고 추동하는 데 급급했다는 전언이다. 노동자들 대부분이 연장근무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초급당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원론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물러섬 없이 “일을 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주지 않으면서 연장근무를 강요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연장근무 지시에 계속해서 반기를 들었다.
심지어 노동자들은 “초급당 간부들도 현장에 나와서 우리가 퇴근할 때까지 있어 봐야 한다”, “간부들은 배가 부르겠지만 우린 다르다. 돈을 벌겠다고 장마당에서 종일 아등바등하는 아내 마중이라도 나가야 한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공장 직맹위원장과 청년동맹위원장은 이 같은 분위기에 난처해하면서 “우리도 어쩔 수 없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라며 자신들의 입장을 호소했지만, 노동자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공장 측은 노동자들의 거센 저항에 연장근무 지시를 내린 지 하루 만에 이를 철회했다.
소식통은 “현재 공장에서 하는 일이라야 임산사업소들에서 요청하는 임철기관차(통나무 운반을 위해 가설한 철도를 오가는 기관차) 부품 몇 개를 깎는 정도”라며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질 않아 노동자들이 추운 현장에서 퇴근 시간만 기다리고 있는데 연장근무는 시간만 더 때우라는 것과 다름없으니,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더욱이 이 공장은 과거 수령님(김일성)께서 방문하셨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을 평소에도 환경 정비, 미화와 같은 부수적인 일에 내모는 경우가 많아 연장근무에 대해 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