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가명을 한국식으로 썼다가 문제시…무보수 강제노동

군 보위부 군관들의 10대 자녀들, 비사회주의 행위로 처벌…당사자·가족은 물론 주민들도 '충격'

2017년 초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규찰대원이 길가던 주민을 단속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함경북도에 주둔하는 북한 인민군 9군단 소속 보위부 군관들의 자녀들이 비사회주의 행위로 이달 초 무보수 강제노동령을 받은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에 “9군단 보위부 군관들의 10대 자녀 3명이 망오락(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자기들의 가명을 괴뢰식(남한식)으로 사용한 것이 총정치국의 검열에서 드러났다”며 “총정치국은 이를 간단히 넘어가선 안 되는 문제라고 보고 이들에게 2개월 무보수 강제노동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보위부 군관 자녀 3명은 모두 14~15세의 중학교 청소년들로 게임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가명으로 사용했는데, 한국식으로 성을 ‘리’에서 ‘이’로 바꿔쓰거나 드래곤, 킹 등 외래어로 이름을 만들어 문제시됐다.

이들의 행위는 군 내부 비사회주의 실태에 대한 총정치국의 검열에서 드러났다. 총정치국은 “리 씨를 이 씨로 쓴 것은 분명히 괴뢰문화이며, 드래곤이니 킹이니 하는 것도 분명히 서방문화”라고 밝히면서 이 사안을 크게 키우고 나섰다.

소식통은 “총정치국은 3명의 아이들이 다 군 보위부 간부급 군관들의 자녀들이라 비판서나 쓰고 넘어가는 정도로 끝내면 자극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 학교 청년동맹 조직에까지 알려서 이들에게 특수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들은 학교 청년동맹 조직으로부터 큰 충격을 받을 정도의 호된 욕설과 비판을 들었고, 매일 같이 불려 가 비판서를 쓰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 이들에게는 2개월 무보수 강제노동령까지 내려졌다.

특히 이 사안은 도 청년동맹 조직에까지 상정돼 현재 이들은 청진시 라남구역에 위치한 청년동맹 단련대에서 하숙하면서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이들의 무보수 노동 기한은 2월 초순부터 4월 초순까지”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안은 가족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겼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런 일은 청진시에서 근래에 보기 드문 일로 그 가족들은 물론 주민들도 상당히 놀랐다”며 “일단 부모들은 자식이 강제노동에 내몰린 것에 크나큰 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주민들은 ‘아직 뼈도 굳지 못한 소년들에게까지 무보수 강제노동령을 내릴 수 있는지 몰랐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누구보다 가장 충격이 큰 것은 이번 일의 당사자인 소년들”이라며 “세도를 부리는 군부대 보위부 군관 가족으로 부모의 뒷배를 믿고 있었다가 이런 일이 일어나자 아이들도 심히 놀라고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