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월 20일 대한(大寒) 추위부터 시작해서 최근까지 양강도 혜산시 일대가 매서운 시베리아 한파에 시달리는 것으로 위성사진에서 파악됐다. 열적외선 위성영상으로 살펴본 바에 따르면, 혜산시는 2월 5일 지표면 평균기온이 영하 25도인 것으로 분석됐고, 한반도에서 제일 춥다는 백두산 정상의 천지도 눈과 얼음으로 덮인 가운데 영하 38도까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구의 북극권 겨울 평균기온이 영하 40도인데, 한반도 백두산 천지가 2월 초순 북극권과 맞먹는 빙하의 추위를 보인 것이다.
데일리NK 등 대북 매체에 따르면, 혜산시에서는 겨울 방학이 끝났는데도 아이들 학교가 문을 못 열고, 매서운 한파에 주민들의 생존까지 위협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눈과 얼음에 갇힌 양강도 혜산시

북녘땅에 혹독한 시베리아 한파가 몰아쳤다. 1월 중순 지나면서 매서운 추위가 시작됐고 양강도 소재지(행정 중심지) 혜산시가 2월 초 위성사진에서 온통 눈과 얼음에 뒤덮인 순백의 겨울왕국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혜산시는 시가지가 대략 해발 700m의 높은 고지에 위치하며, 개마고원으로 대변되는 내륙 고원지대인 탓에 본래 기후는 춥다. 1월 평균기온은 영하 16도이고, 북한 행정구역 도시 중 백두산 아랫마을인 삼지연시 다음으로 추운 곳이다.
유럽우주청(ESA)이 운영하는 센티넬-2B 위성이 2월 5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보면, 혜산시와 중국 장백현 사이를 흐르는 압록강이 꽁꽁 얼었고 민가 마을은 물론이고 인근 산하 일대가 온통 순백의 하얀 눈으로 뒤덮인 것이 식별된다. 혜산시 도심 남단 혜산비행장에도 1.5km 길이 활주로가 한겨울 눈에 덮여 있다. 군용이라는데, 아직 활주로에 눈도 치우지를 못했다. 군용 비행장에 눈도 안 치우고 북한에서는 군인들이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비행장 오른쪽 끝단에 고사총 군부대가 있다. 이곳이 가끔 일반인들을 공개 처형하는 악명 높은 공포의 장소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2023년 8월 국가 부림소를 도축해서 불법 유통했다는 죄목으로 주민 9명이 공개 처형당했고, 2022년 10월에는 남조선 풍기 및 비디오물 단속에 걸린 10대 청소년 3명이 비행장 공터에서 주민들이 동원돼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본보기로 공개 총살형에 처해졌던 곳이다.
◆양강도 혜산시 열적외선 영상분석

강추위가 몰아친 혜산시와 중국 장백현 일대가 과연 얼마나 추운지 위성영상을 통해서 지표면 온도와 기온분포를 분석해 봤다. 자료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랜샛-8호 위성이 오전 10시 30분경 촬영한 열적외선(TIR) 자료를 이용했고, 앞의 센티넬 위성사진과 같은 날짜인 2월 초에 찍힌 것이다.
2월 5일 혜산시 일대 지표면 평균기온은 영하 25도이며, 최저 영하 31도에서 최고 영하 14도까지 분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간지대 후사면, 특히 그림자 구역이 온도가 가장 낮아서 영하 30~31도(파란색)까지 떨어졌고, 주민들이 모여 사는 혜산시와 장백현 도심은 그나마 온도가 조금 높은 편이긴 하나 그래도 여전히 영하 22~23도(흰색~노란색)로 일대가 몹시 추운 것으로 파악됐다. 기온이 영하 20~30도로 떨어지는 매서운 추위는 남녘에 살면서 경험해 보지 못한 우리로서는 쉽게 상상이 안 간다.
한반도에서 제일 추운 곳은 백두산 정상 지대이다. 2월 5일 촬영한 위성영상에서 본 바로는 백두산 천지가 온통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으며, 표면 온도는 영하 38도까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북극의 겨울철 평균기온이 영하 40도인 점을 감안하면, 백두산 천지의 이날 지표면 기온은 북극권이나 다름없이 몹시 추운 것으로 분석됐다.
외국 연구 문헌에 따르면, 위성영상으로 파악한 온도는 기상 관측소에서 측정한 온도와 ±3도의 오차를 갖는 것으로 알려진다. 열적외선 영상을 이용해서 분석하는 온도는 지구 표면 온도를 말하는 것이고, 기상 관측소에서는 1.5~2.0m 높이에서 측정하는 것이며, 이를 대기 온도라고 한다.
◆한파 속 혜산시 주민 생존 위협
데일리NK와 RFA 보도에 따르면, 양강도 혜산시 등 북한 북부지방이 시베리아 한파에 갇히면서 아이들 학교가 개학을 못 하고 있다고 한다. 2월 1일이면 보통 개학하는데, 올해는 극심한 한파로 2월 10일까지 겨울 방학을 연장했고, 다시 15일까지 추가 연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월 3일에 절기상 봄을 알리는 입춘이 지났는데도, 북녘땅에는 추위가 좀처럼 가실 줄 모르는 것 같다. 2월 13일 데일리NK 보도(영하 30도 가까운 맹추위에 땔감 부족까지…주민 고통 가중)에서는 허기와 추위 속에서 주민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고, 1월 20일 대한(大寒) 추위부터 시작해서 한파가 이어졌고 영하 30도 가까이 떨어졌으며, 땔감이 부족해서 맹추위에 생존까지 위협받는 주민들이 속출했다고 한다. 더욱이 대설과 한파에 굴뚝이 얼어붙은 주민 세대들에서 연탄가스(일산화탄소)가 방안으로 역류해서 중독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