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생일 경축 공연 무대에 간부들까지…주민들은 ‘냉소’

도당 지시에 이례적으로 시·군 당 및 행정 간부들도 공연…"그 시간에 자기 일 열심히 하는 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온 나라가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2월의 명절’인 김정일 생일(2월 16일)을 성대히 경축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올해에도 각 지역마다 김정일 생일 기념 경축 공연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 시·군에서는 당 기관 간부들까지 공연에 동원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간부들이 상당한 불만을 쏟아냈다고 한다.

18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지난 15일 각 시·군에서 광명성절(김정일 생일, 2월 16일)을 맞아 2·16 경축 예술종합공연이 진행됐다”며 “올해는 시·군 당위원회 및 인민위원회 일꾼들까지 직접 무대에 올라야 한다는 지시가 내려오면서 간부 공연까지 포함됐다”고 전했다.

함경남도당은 지난 1월 중순께 도내 각 시·군당 선전선동부에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의 업적을 찬양하고 당의 위대성을 노래하는 충성의 무대를 만들라”며 간부들도 직접 공연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본래 기관·기업소의 예술소조원들이 공연을 주도했지만, 올해는 도당의 지시에 따라 시·군당 및 인민위원회 간부들도 공연을 해야 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 시·군의 당 및 행정기관 일꾼들은 낮에는 업무를 하고 저녁에는 공연 연습을 하며 밤을 새우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시·군당 선전선동부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두 차례의 시연회를 거쳐 각 단위에서 준비한 공연을 실제 무대에 올릴 것인지 여부를 확정했다.

이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는데, 특히 당 기관과 행정기관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한 지역에서 외부 공연 전문가를 여러 명 초청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당과 행정기관이 같은 공연 전문가를 초청하면서 실제 싸움으로 번질뻔한 살벌한 분위기가 나타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소식통은 “리원군당과 군 인민위원회가 공연 지도를 위해 같은 전문가를 초청하면서 내부 갈등이 빚어졌다”며 “결국 인민위원회가 원래 초청했던 사람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을 불러 지도를 받았는데, 이로 인해 인민위원회 간부들의 불만이 많았다”고 했다.

한편 15일 각 시·군에서 진행된 경축 공연 관람석에는 해당 지역 기관·기업소에서 선발된 주민들이 동원됐는데, 관람자들 대부분은 간부들까지 무대에 올라 공연하는 모습을 보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공연을 관람한 사람들은 간부들이 본업을 제쳐두고 무대에서 충성 경쟁이나 벌이는 게 보기 좋지 않았다면서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인민을 위한 복무가 아니겠냐고 꼬집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어떤 주민은 “당장 먹을 것도 마련하기 힘든 시기에 간부들이 불필요한 공연이나 벌이고, 그걸 보라고 주민들을 동원한다는 게 화가 난다”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주민은 “차라리 공연 볼 시간에 장마당에 나가서 장사를 하면 돈이라도 벌 수 있는데, 앉아있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고 토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