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들, 정월대보름에 ‘이것’ 위해 빚까지 냈다는데…

당국 통제에도 미신 의존도는 점점 높아져…이제는 대보름에 액막이하는 것이 풍습 될 정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각지 주민들이 정월대보름을 즐겁게 맞이했다면서 평양 밤하늘에 뜬 보름달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미신 행위를 비사회주의 행위로 보고 이를 강력히 금지하고 있지만, 지속되는 경제난 속 주민들의 미신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14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정월)대보름을 맞으면서 한해를 무탈 없이 지낼 수 있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액매기(액막이)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돈이 없어서 대보름 명절 음식도 못 해 먹은 사람들이 돈을 빌려서라도 액매기를 했다”고 전했다.

본래 북한에도 정월대보름에는 오곡밥과 9가지 마른 나물로 만든 반찬을 먹고, 귀밝이술 등을 마시며 풍요와 행운을 기원하는 전통이 있다. 하지만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정월대보름에 명절 음식을 해 먹는 가정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런데도 점쟁이를 찾아가 운세를 묻고, 그가 일러준 데 따라 액막이를 하는 주민들은 계속 늘고 있다. 점쟁이가 버리라고 하는 물건을 산에 묻거나 태우고, 지붕 같은 곳에 부적을 올려두는 식이다.

이렇듯 점쟁이가 일러준 액막이 방법이 복잡하거나 특별한 것이 아님에도 점쟁이를 한번 만나는 데 드는 최소 50위안에서 최대 1000위안의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북한 시장에서 쌀 1kg이 3.5위안에 거래되는데, 그렇게 보면 50위안으로는 14kg, 1000위안으로는 285kg을 살 수 있다. 매일 끼니를 해결하기도 어려운 북한 주민들에게는 상당히 부담이 되는 액수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액운을 막고 일이 잘 풀리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돈을 빌려서라도 수십에서 수백 kg의 쌀을 살 수 있는 거액의 비용을 점쟁이에게 지불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소식통은 “액매기를 하지 않으면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돈을 빌려서라도 액매기를 꼭 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요즘처럼 먹고 살기가 힘든 상황에는 미신에 의지하는 경향이 더 강해지고, 이제는 대보름에 액매기를 하는 것이 하나의 풍습이 될 정도로 주민들에게는 당연한 일이 됐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유층들은 액막이에 일반 주민들보다 훨씬 큰돈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권력을 등에 업고 밀수나 수입품 장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라며 큰돈을 들여 점쟁이를 집으로 불러 액막이를 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부유층은 유명한 점쟁이들을 집으로 부르는데, 이들이 직접 액매기를 해주면 효과가 더 좋다고 믿고 있다”며 “경제력 있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점쟁이를 집으로 불러 의식을 치르는 것이 하나의 추세처럼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점쟁이가 의뢰자의 집에 가서 직접 액막이를 하면 1000위안보다 더 많은 돈이 들지만, 부유층들은 금액이 아무리 비싸도 아랑곳하지 않고 액막이에 돈을 쓴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미신 행위는 비사회주의 행위로 규정돼 강한 단속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주민들의 미신 행위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식통은 “민속 명절인 대보름은 공휴일로 휴식할 수 있는 날이지만 이날은 마냥 노는 날이 아니라 ‘액매기를 하는 날’로 인식되고 있다”며 “오죽하면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어렵게 사는 주민들이 빚을 내면서까지 액매기에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런 현상은 양강도 혜산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 양강도 소식통은 “과거 대보름이면 명절 음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던 주민들이 이제는 점쟁이가 종이에 그려준 그림(부적)과 기장쌀, 팥, 돈, 음식 등 액매기 준비에 더 많은 돈과 신경을 쓰고 있다”며 “어려움을 벗어나길 바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액매기에 점점 더 매달리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