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철거 시작…南 시설 모두 사라지나

금강산 관광지구 내 마지막 정부 시설까지 손대…통일부 "강한 유감, 철거 행위 즉각 중단하라"

금강산 관광지구 내 이산가족면회소 외부 전경. /사진=통일부 제공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마지막 우리 정부 시설인 이산가족면회소 철거를 시작했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성명을 통해 “정부는 이산가족 상시 상봉의 염원을 담고 있는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북한이 철거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남북이 합의해 설치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철거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이러한 철거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하는 바”라고 말했다.

구 대변인은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철거는 이산가족의 염원을 짓밟는 반인도주의적인 행위이며, 우리 국유 재산에 대한 중대한 침해 행위”라며 “북한의 일방적 철거행위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이번 사태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당국이 져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이와 관련된 법적 조치, 국제사회와의 협력 등 필요한 조치들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 2019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금강산 관광지구 내 우리 시설을 차례로 철거해왔다. 그럼에도 남북 간 합의로 건설된 이산가족면회소를 포함한 일부 시설은 철거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에 위성사진 등으로 철거 움직임이 파악된 것이다.

이산가족면회소까지 철거되면 금강산 관광지구 내 주요 남측 시설은 사실상 모두 사라지게 된다.

북한의 면회소 철거 준비 동향은 지난해 말부터 포착됐다고 한다. 최근에는 면회소 본관 가장 위층 전망대와 그 아래쪽의 건물 외벽 타일을 뜯어내는 작업과 본관 양쪽으로 있는 두 개의 부속 건물 벽체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동향은 북한이 지난해부터 내세우고 있는 ‘적대적 2개 국가론’ 기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북한은 민족과 통일을 전면 부정하고 남한을 적대국가로 명시해 남북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계속 드러내 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정치, 군사적 상황과는 별개로 이산가족 문제 등 인도주의적 사안에 대해서는 지속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이에 미뤄 북한의 면회소 철거는 남한과는 인도적 사안에 관한 대화나 접촉도 일절 하지 않겠다는 북한 당국의 확고하고 강경한 대남 적대시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