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보내온 돈 한사코 수령 거부한 탈북민 가족…왜?

700달러 들고 찾아온 브로커 거칠게 내쫓아…소식통 "그만큼 탈북민 가족에 대한 감시 심해진 상태"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 전경. /사진=이승주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프로파일러 제공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한 탈북민 가족이 탈북한 가족이 보내온 현금 수령을 한사코 거부하고 돈을 전달해 주려는 브로커마저 신고하겠다고 위협하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돈을 받게 되면 혹여 처벌받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 비롯된 사태로 보인다.

9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한 송금 브로커는 지난달 말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이 보낸 돈을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전달해 주기 위해 신의주시에 있는 탈북민 가족의 집을 찾았다가 매몰차게 내쫓김을 당했다.

이 브로커는 탈북민 가족을 찾아가 몇 년 전 집을 나간 자식이 현재 한국에서 잘 살고 있다면서 그가 보낸 700달러(한화 약 100만원)의 현금을 건넸다.

탈북민 가족은 돈을 벌겠다며 집을 나선 뒤 행방불명된 자식이 한국에 있고, 심지어 돈을 보내왔다는 것에 깜짝 놀라면서 의심의 눈길을 보냈고, 이에 브로커는 사실임을 증명하기 위해 한국에 정착해 사는 자식의 얼굴이 담긴 영상편지를 가족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탈북민 가족은 “어디서 조작된 영상을 들고 와 수작을 부리냐”며 “우리는 이런 더러운 돈 없이도 살 수 있으니 앞으로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면서 돈 수령을 거부하고 브로커를 거칠게 집 밖으로 밀어냈다.

계속해서 돈을 전달하려고 하는 브로커와 내쫓으려는 탈북민 가족 간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 상황에 탈북민 가족은 보위부에 신고하겠다며 브로커를 위협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그런가 하면 이 가족은 “차라리 죽었다는 소식보다 못하다. 왜 우리를 위험하게 하냐”, “우리는 이제 (자식이) 죽은 것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식이 한국에 살고 있다는 것이 어떤 식으로든 확인되거나 밝혀지면 정치적,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울분을 토해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소식통은 “생사가 확인된 자식의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주변 감시가 강화된 상황이라 혹여나 문제가 생길까 봐 돈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여기(북한)서 탈북민 가족들은 죄를 지은 것 마냥 매일 매일 불안에 떨고 감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 후과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는 최근 보위부가 탈북민 가족뿐만 아니라 행방불명자가 있는 세대에 대한 감시 도수를 높이고, 인민반 상호 감시 또한 강화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린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700딸라(달러)면 여기에서 정말 큰돈인데 오죽하면 이 돈을 거부하고 브로커를 쫓아냈겠느냐”며 “그만큼 탈북민 가족에 대한 감시가 심해진 상태고, 브로커들조차도 감시 강화에 탈북민 가족에게 접근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져 돈벌이가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