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에서 지난달 하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20대 여성에 대한 공개처형이 집행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생활고를 이유로 한 강도, 살인 사건이 지속 발생하자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공개처형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에 “지난달 20일 신의주시 채하시장 주변 공터에서 공개총살이 이뤄졌다”며 “시(市) 안전부와 재판소가 공개 재판을 진행한 직후 총살까지 한 것”이라고 전했다.
공개처형된 주민은 지난해 10월 발생한 70대 노부부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20대 초반의 여성 이모 씨로 전해졌다.
본보는 지난해 11월 노부부 살인 사건이 발생했으나 수사 기관이 한 달 넘게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노부부 살인 사건 발생했는데 수사 진전 없어…주민 불안↑)
바로 이 사건의 범인이 3개월 만에 체포됐고, 그 즉시 공개 재판과 처형까지 진행된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처형된 이 씨는 지난해 10월 범죄를 저지르기 한 달 전까지 신의주 시내에 있는 한 가방공장에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 재판에서는 그가 신의주 시내에 있는 한 가방공장에 재직하면서 생산품을 빼돌리다 적발돼 여러 번 경고를 받았고, 이후에도 문제 행동이 시정되지 않아 지난해 10월 공장 당 조직에 의해 귀가 조치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문제 행동으로 귀가 조치되면 인민위원회 노동과에서 배치한 험지로 출근해 강제 노동을 해야 하지만 이 씨는 이를 무시하고 장기간 무단결근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생활비가 떨어진 이 씨는 평소 안면이 있던 노부부의 집에 찾아가 숙식하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이후 노부부의 집에서 숙식하면서 이들이 보유하고 있던 현금을 보고 이를 탈취할 생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점이 공개 재판에서 폭로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 재판부는 이 씨를 향해 숙식을 제공해 준 노인 부부를 살해하고 달아나는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질렀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공개 재판만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공터에 모였던 주민들은 재판이 끝난 직후 처형까지 이뤄지자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당시 현장에는 10살 미만의 어린이들도 있었는데, 난생처음 공개처형 장면을 목격한 일부 어린이들은 참혹한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공개 총살까지 이뤄질지는 몰랐다”며 “공터에 아이들도 많았는데 어린아이들까지 끔찍한 모습을 그대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지난 몇 년간 공개처형 집행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경제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당국의 통제, 검열 강화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강도나 살인 같은 범죄마저 증가하자 공포감을 조성해 내부를 단속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 역시 “사람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서 강력 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공개 재판 빈도를 높이고 총살도 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