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서 불법 벌이버스 운행을 통한 운송업의 수익 규모가 점차 커지자, 북한 당국이 운송업자들을 통제하기 위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3일 평양 소식통은 데일리NK에 “지난달 중순 돈주들의 불법적인 벌이버스 운행을 단속하고 운송업 질서를 바로 잡을 데 대한 긴급 지시가 평양시와 평안남도에 내려졌다”며 “이에 따라 이달 초부터 열흘간 운송업 종사자들에 대한 집중 조사 및 단속이 진행된다”고 전했다.
이번 지시에 따라 평양시 및 평안남도 인민위원회와 안전국 교통관리부서는 운송업자들이 어떻게 차량 이용 허가를 받았는지, 운송 사업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이를 통해 국가에 납부하는 돈은 얼마인지, 그 과정에서 불법이나 비리를 저지른 것은 없는지 등을 낱낱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북한에서는 개인이 차를 소유할 수 없게 돼 있어 기관에 뇌물을 주고 기관 소속 버스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 차량 이용 허가를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차량의 실소유주는 개인이지만 서류상으로는 기관에 소속돼 있는 셈이다.
북한에서 시외로 이동하려면 기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차는 연착이 잦고 이에 따라 이동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벌이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소식통은 “한번 기차를 타면 며칠씩 오도 가도 못하고 고생해야 하니 요즘 사람들은 돈을 많이 주고라도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벌이버스를 이용하고 싶어 한다”며 “벌이버스를 찾는 사람이 늘어 운송업 수익이 커지면서 여기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아지자 국가가 통제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당국은 인구가 많고 물류 운송이 활발한 평양시와 평안남도의 운송업자들을 집중 타깃으로 삼았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코로나19 등 전염병 차단을 명목으로 한 이동 통제가 지난해 초부터 완화되면서 평양시와 평안남도의 돈주 상당수가 이윤이 큰 벌이버스 운송업에 뛰어들었다.
기본적으로 자금이 있는 돈주들은 버스를 구매해 들여온 뒤 기관에 뇌물을 주고 차량을 등록해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한 북한 당국은 이번 지시에서 “사회가 돈주들의 판으로 돌아가고 있다. 자본주의 뿌리를 자르기 위해서라도 단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돈 있는 돈주들이 운송업을 장악하면서 운송업 질서가 혼란스러워지고 있어 국가가 운송업 권한을 되찾겠다는 게 북한 당국이 내세운 이유다.
이밖에도 북한은 주민들 사이에서 “돈 없는 사람들은 기차를 타고 다니고 돈 있는 사람들만 벌이 버스 여행을 하는 거냐”는 불만이 나온다는 점도 운송업 단속 배경으로 밝혔다고 한다.
한편, 당국의 운송업 단속 방침에 벌이버스 실소유자인 돈주들은 몹시 바빠진 상태다.
소식통은 “운송업으로 돈을 버는 돈주들은 차량 등록지를 바꾸거나 불법으로 등록돼 있는 차량 번호를 없애는 등 간부들에게 뇌물을 써서 일단 단속을 피하려 하고 있다”며 “그래도 돈이 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완전히 그만두는 것은 아니고 단속이 완화되면 다시 사업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