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교육 당국이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에서의 기술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시범 학교 선정에 나섰으나, 대부분의 학교가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어 선정 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31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도(道) 교육국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교육 진흥을 목표로 기술 교육 시범 학교를 선정하는 사업에 들어갔다.
시범 학교로 선정되면 해당 학교는 실험·실습 위주로 교육 과정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 도 교육국은 도내 초·고급중학교들의 실험실 및 실습실 상태를 점검하고 기술 교육에 필요한 기자재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에 나섰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시범 학교로 선정될 만한 요건을 기본적으로 갖추지 못하고 있어 도 교육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시범 단위로 지정할 만한 학교를 찾기 위해 도 교육국 일꾼들이 여러 학교를 방문했으나 실험실이나 실습실, 분과실, 소조실들이 제대로 갖춰진 학교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진행된 전원회의에서 “교육사업은 어느 시기, 어떤 단계에서나 우선권을 부여하고 최대의 공력을 들여야 할 제1의 국사이며 부단히 진보해야 하는 가장 책임적인 중대사”라며 “교육사업에 대한 전사회적인 관심을 더욱 고조시키고 국가적 지원과 투자를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시범 학교조차 선정하지 못할 만큼 실제 북한의 일선 교육 현장은 기본적인 교육 시설이나 교육 재료도 갖추지 못한 열악한 상태라는 전언이다. 학교마다 특화된 교육 공간을 마련해 두고 있긴 하지만 명패만 있을 뿐 실제 그곳에서 제대로 된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실험실에 있는 기구들에는 먼지가 뽀얗게 앉았고 콤퓨터(컴퓨터)실에 3~4대 정도 있는 콤퓨터도 전기가 오지 않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실태를 전했다.
특히 도시와 농촌 간 교육 환경에 큰 차이가 나는 점도 도 교육국의 시범 학교 지정에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고 한다. 도 교육국은 농촌에 있는 학교도 시범 단위로 지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도농 간 교육 환경 격차가 워낙 커 사실상 농촌에 있는 학교를 시범 단위로 선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얘기다.
소식통은 “농촌 학교에 실습실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규모가 큰 학교에 속한다”며 “지역에 따라 학교 환경에 차이가 큰데 시내와 농촌 학교의 교육 수준 차이를 줄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학교들도 시범 학교로 선정되기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예산이 없어 교육 기자재나 교구비품을 학부모들에게 의존하고 있는데, 시범 학교로 지정되면 시설을 새롭게 꾸려야 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자재, 비품도 갖춰놔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교장들은 학교가 시범 학교로 선정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함흥시의 한 학교장은 학교에서 축구공 하나 제대로 마련해 주지 못해 체육 선생이 학생들에게 자기 공이 있어야 축구를 잘할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 공을 준비하도록 하고 있는 게 현실인데, 기술 교육 시범 단위가 되면 그 자재를 다 어떻게 대겠냐며 고개를 내저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시범 단위를 지정하고 교육 토대를 강화하겠다는 목표는 좋으나 실질적인 국가 지원 없이 시범 단위만 지정하면 보여주기식 사업에 머물 것”이라며 “국가적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