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파병 북한군 소문에 北 부모들 뜬눈으로 밤 지새운다

자식 군에 보낸 부모들 전전긍긍…"우리가 처형돼도 괜찮으니 도망쳐 목숨이라도 건졌으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생포된 북한군 포로의 모습. /사진=젤렌스키 엑스(X, 옛 트위터) 화면캡처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이 가운데 사상자가 발생하고 일부는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붙잡혔다는 소식이 북한 내부 주민들 사이에 퍼지면서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의 불안이 절정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이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 외부 정보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지만, 북중 접경 지역에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모들은 초조함에 밤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24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회령시에 러시아에 파병된 군인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면서 “이에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회령시 등 북한 국경 지역에는 중국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으면서 밀무역이나 불법 송금 활동을 하며 중국이나 한국과 연락하는 주민들이 있다. 이들을 통해 북한 당국이 내부 주민들에게 전하지 않는 외부 정보나 소식들이 유입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북한군 러시아 파병 사실은 이미 지난해 11월께부터 국경 지역에 입소문으로 확산했고 최근에는 파병된 군인들이 사망하거나 포로로 잡히고 있다는 이야기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여기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고 얼굴이 퉁퉁 부어올라 알아볼 수 없다더라”, “눈을 뜨고 죽은 어린 병사들도 있다더라”라는 등 북한군 시신과 시신의 상태에 관한 소문까지 더해져 주민들이 큰 충격에 빠져 있다고 한다.

소문을 접한 주민들은 “억이(기가) 막혀 말이 안 나간다”, “염장무에 배추만 먹다가 전쟁에 내몰려 목숨을 잃는다니 마음이 찢어진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특히 군복무 중인 자식을 둔 부모들은 파병 군인들과 관련한 소문에 크게 흔들리면서 불안감과 초조함에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다.

소식통은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은 요즘 가슴을 허비며 눈물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면서 “자식이 혹시나 전쟁터에 나갔다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회령시의 한 40대 주민은 3년 전 군에 보낸 아들 걱정에 매일 가슴을 졸이며 밤잠도 설치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군복무 중인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데, 그즈음부터 러시아에 군인들이 파병됐다는 소문이 돌아 자식 걱정에 물 한 모금 넘기기도 힘들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2년 전 군입대한 자식이 있는 회령시의 50대 주민도 지난해 말부터 자식으로부터 통 연락이 없어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병 관련 소식을 계속 소문으로 듣고 있는 이 주민은 “다 내 아들 같은 자식들인데, 지옥 같은 세상에서 태어난 것도 모자라 외진 땅에 끌려가 죽음을 당해야 한다니 하늘도 참 무심하다”며 비통해했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국경 지역인 양강도 혜산시에도 현재 북한군 러시아 파병 관련 소문이 확산하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여기(혜산시)서도 아들이 전쟁터에 나갔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부모들이 많다”며 “어떤 부모들은 ‘우리가 처형되거나 추방을 당해도 일없으니(괜찮으니) 우리 아들이 도망쳐 목숨이라도 건졌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주민들이 탈북과 같은 중대 범죄를 저지른 경우 그 가족에게도 연대적인 책임을 묻는 이른바 ‘연좌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현재 부모들은 자식이 도망쳐 목숨만이라도 건질 수 있다면 그 어떤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절박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자식을 위해 목숨도 바칠 수도 있는 것이 부모일 진데 세상 어느 부모가 고이 키운 자식이 우리나라(북한) 전쟁도 아닌 다른 나라 전쟁에서 목숨을 잃는 것을 바라겠느냐”며 “품에서 자식을 떼어내 긴 세월 동안 군복무를 시키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다른 나라의 전쟁터로 내몰아 목숨을 희생시키고 있으니 부모들의 억장이 무너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 속에서 나라에 대한 불만과 원망이 점점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요즘 군에 나간 자식들과 연락이 끊긴 부모들이 걱정과 불안으로 자리에 누워 있는데, 이게 1~2명 만의 문제가 아니라 큰 문제로 번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13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러시아 파병 북한군 사상자가 3000여 명에 달한다고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