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파병 소식에 군입대 기피 더욱 심각…봄 초모 ‘비상’

자식들의 군 입대 막으려는 부모들로 뇌물 경쟁 심화…탄광 자원이 하나의 선택지로 부상

자원 입대 서명하는 북한 학생들. /사진=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 화면캡처

봄 초모를 앞두고 초모 대상자의 부모들이 자식을 군에 보내지 않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파병 소식으로 공포가 확산되면서 자식들의 군입대를 막기 위한 부모들의 뇌물 경쟁이 도를 넘고 있다는 전언이다.

31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오는 3월 졸업을 앞둔 자식을 둔 부모들이 앞다퉈 군사동원부 지도원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며 “최근 평성시, 안주시 등 도내 지역에 러시아 파병 소식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어 부모들은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자식을 군에 입대시키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평안남도 내에 확산하고 있는 북한군 러시아 파병 소식은 봄 초모 대상에 해당하는 청년들과 그 부모들의 극심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군입대 기피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군에 나간 자식의 전사증을 받은 주민들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최근 군에 나간 아들의 전사증을 받은 평성시와 안주시 주민 5명의 경우를 보니 모두 자식이 군에 입대한 지 5년도 안 된 경우였다”며 “이 주민들은 아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고 단순히 전사증만 받은 상태여서 러시아에 나가 사망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부모들은 올해 봄 초모 명단에서 자식의 이름을 빼려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성시의 한 50대 주민은 최근 3000달러와 러시아산 담배 등을 싸들고 시 군사동원부 간부 집을 찾았다. 그는 “아들이 몸이 쇠약해 군에 나가면 한 달도 버티지 못할 테니 건강을 회복한 후 1년 뒤에 입대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다고 하는데, 이는 1년 후면 파병할 상황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또 안주시에서는 40대 부부가 시 군사동원부 간부를 함께 찾아가 2000달러를 건네며 자식을 초모 대상자 명단에서 제외해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있었다. 이들 주민은 “돈이 모자라면 집을 팔아서라도 요구하는 액수를 맞추겠으니 꼭 도와달라”며 절박함을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세대는 군입대 기피 현상이 심화할수록 늘어나는 뇌물 비용에 청탁을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어 대안으로 자식을 탄광에 자원시키는 방법을 쓰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탄광은 한 번 발을 붙이면 대를 이어 자식들까지 탄부가 돼야 하는 구조라 원래 다들 기피했으나 최근에는 탄광이 선택지가 되고 있다”면서 “전쟁터로 끌려가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에서 자식들을 탄광으로 보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군입대 기피 현상은 양강도 혜산시에서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부모도 부모지만 청년들도 전쟁터에 끌려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군 복무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느끼고 군입대를 피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정 안되면 자체로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자르는 등 신체를 손상시키는 극단의 선택을 하겠다고까지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이 소식통은 “시 군사동원부 일꾼들은 요새 찾아오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 ‘사람 단련에 죽을 것 같다’고 하소연하고 있다”면서 “누구 한 사람의 부탁만 들어줄 상황도 아니고, 괜히 잘못 제기되면 옷을 벗어야 하니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황해북도 사리원시의 상황도 마찬가지인데, 황해북도 소식통은 “돈 있고 힘 있는 부모들은 몰래 뒤에서 거래를 하고 돈 없고 힘 없는 부모들은 군사동원부에 매일 같이 출근하며 하소연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했다. 특히 사리원시의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제발 정찰총국 산하 부대에서 빼달라”며 애걸복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모들이 정찰총국을 콕 짚어 이야기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이는 러시아에 파병 나간 군인들이 정찰총국 소속 부대원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이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는 “군사동원부 지도원들은 ‘정찰총국 부대에 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영광’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부모들은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기색이며, 어디든 좋으니 정찰총국만 아니면 된다면서 울고불고 난리”라며 “군사동원부 지도원들은 애끓는 심정으로 따라다니며 호소하는 부모들에 학질을 떼면서 이들을 피해 다니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