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명절에 도루묵도 못 먹는다…물가 상승에 주민들 ‘쓴맛’

값싼 생선 도루묵 가격이 쌀값의 두 배 수준…"물가 오르니 당장 명절 밥상이 달라진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1년 12월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도 평양시민들에게 수천t의 물고기를 보내는 뜨거운 은정을 베풀었다며 “위민헌신의 세계가 그대로 비껴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에서 음력설 명절을 앞두고 가장 저렴한 생선으로 꼽히는 ‘도루메기’(도루묵)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안주시의 한 시장에서 냉동 도루묵은 1kg당 북한 돈 1만 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20kg씩 도매로 구입할 경우 15만원에 살 수 있지만, 여력이 없는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1kg 단위로 도루묵을 구매하고 있다.

현재 북한 시장에서 쌀 1kg 가격은 8000원대 중반으로, 도루묵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도루묵 가격이 쌀 가격보다 저렴했으나 설을 앞두고 도루묵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장에서 쌀보다 두 배가량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지금 도루메기 값이 쌀보다 훨씬 높아졌다”며 “명절 음식 재료로 1kg라도 구입하려면 손이 떨리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렇게 도루묵 가격이 급등한 것은 최근 어획량이 감소한 데다 북한 당국이 연말연시를 맞아 평양 시민이나 군인, 탄광 노동자 등에게 도루묵을 공급하면서 시장에 풀린 물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지난 연말 일부 기관의 도루묵 공급으로 가격이 잠시 떨어졌을 때 도루묵을 사두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식통은 “작년 12월에 탄광 같은 데서 도루메기를 공급했을 때 시장에 흘러나와 가격이 조금 떨어졌었다”며 “이렇게 가격이 오를 줄 알았다면 그때 도루메기를 사다 놓을 걸 그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저렴한 생선으로 손꼽히는 도루묵 가격까지 크게 뛰면서 주민들은 물가 상승의 공포를 여실히 체감하고 있다.

소식통은 “명절을 맞아 생선이라도 맛보려는 세대들은 도루메기조차 살 수 없다는 사실에 허탈해 하고 있다”며 “시장에 가면 도루메기 장사 앞을 기웃거리면서 고민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했다.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은 평소에 생선 먹기가 쉽지 않아 1년에 한두 번 명절 계기에 생선을 사 먹는데, 명절을 앞두고 가격이 치솟아 이조차 어렵게 되자 쓴맛을 보고 있다.

소식통은 “이전에는 명절이 되면 아무리 살기 어려워도 도루메기 정도는 맛을 볼 수 있었는데 이번 명절은 도루메기도 못 먹는 집이 많을 것”이라며 “물가가 오르니 당장 명절 밥상이 달라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