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위성 검열에 공포 뒤덮인 함경북도…주민들 ‘덜덜’

갑작스럽게 생활 수준 좋아진 회령시 여성 한밤중에 끌려가…이 장면 목격한 주민들 큰 충격 빠져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 살림집
2019년 2월 촬영된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 전경. /사진=데일리NK

함경북도 국경 지역에서 국가보위성이 대대적인 검열과 체포 작전을 벌이고 있어 주민들의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주민들은 언제 자신이 표적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잔뜩 숨죽인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17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소식통에 따르면 회령시와 무산군, 온성군 등 함경북도 국경 지역에서는 지난달 초 직장과 인민반을 통해 국가보위성의 검열원 30명이 내려왔다는 통보가 주민들에게 전달됐다.

이런 가운데 회령시에서는 지난 4일 밤 11시경 국가보위성 검열원 6명이 한 20대 여성의 집에 급습하는 일이 벌어졌다.

검열원들은 가택수색을 벌인 뒤 여성의 손목에 족쇄를 채우고 머리채를 잡아 끌고 나갔는데, 여성의 절규가 아파트 복도에 울려 퍼지면서 다수의 주민이 이 장면을 목격하게 됐다.

이 일에 크게 충격을 받은 주민들은 공포에 휩싸여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붙잡혀 간 여성은 홀어머니와 함께 옷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평범한 주민이었다”며 “하지만 최근에 그가 옷을 세련되게 입고 TV를 비롯한 전자제품과 가구들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등 생활 수준이 눈에 띄게 향상해 주목을 받았다”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경제적 여건이나 생활 수준이 갑작스럽게 좋아지면 의심을 받기 일쑤다. 밀수, 불법 송금 등 국가가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를 생업으로 삼은 주민들이 비교적 많은 국경 지역에서는 이것이 부정한 수입의 증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보위기관이 정보원과 신고 체계를 활용해 생활상 변화를 면밀히 살핀다는 것을 주민들이 모르는 게 아니지만, 생계를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여기서는 국가가 단속하는 일을 해야 돈을 버니 ‘총구 앞에 돈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하지만 돈이 있어도 티를 내면 안 된다는 게 모두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했다.

검열원들이 내려왔다는 통보를 이미 전달받았어도 주민들은 생계를 걸고 하는 일을 멈출 수 없기에 몸을 낮추면서 밀수품을 소각하는 등 나름의 방식으로 검열에 대처하고 있지만, 단속에 걸리는 사례는 불가피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번에 체포된 여성은 그저 한 번 돈을 벌어 생활이 나아진 정도였는데도 표적이 됐다”며 “이에 사람들은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고 두려움에 떨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검열은 체제 안정을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오히려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식통은 “나라를 지키겠다는 건 알겠지만, 이렇게 무작위로 사람들을 잡아들이면 체제에 대한 불신만 커질 것”이라며 “주민들 속에 두려움이 커질수록 체제가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약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