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전원회의에서 북한 당국이 인민군대의 ‘정치사상 강군화’ 및 ‘과학적인 훈련 형식’을 강조한 것은 자국 군인들의 러시아 파병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전언이다. 북한 군 당국은 러시아 파병으로 인한 군 내부 동요를 막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군(軍) 내부 상황에 정통한 평양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에 “군 내부에서 로씨야(러시아)에 대한 헛소문과 자위 판단, 불만 등이 있다는 것을 국가도 알고 있다”며 “정치사상 강군이라는 것은 늘 강조돼 오긴 했지만, 이번 전원회의에서 논의된 사상 강군화는 군인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식을 통해 암암리에 북한 내부에 ‘군인들이 전장에서 총알받이로 쓰러져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에 대한 정치사상 강화는 군 내부의 동요를 차단하는데 방점이 찍혀있다는 얘기다.
러시아에 파견돼 있는 북한 간부들은 자국 군인들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심리적 위축으로 인해 심각한 부적응을 겪고 있는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수시로 당국에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러 파병 북한군 심리 위축·사기 저하…北, 이탈 가능성에 고심)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 가운데 사상자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데다 우크라이나가 북한군의 전투 능력 부족을 적나라하게 공개하면서 이를 정보전에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북한 당국으로서는 이에 대한 내부 동요를 차단하고 군인들의 실전 능력을 빠르게 배양해야 한다는 과업이 떨어진 셈이다.
다만 북한 군 당국은 러시아 파병 사실을 전군에 공개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원회의 이후 제작·배포된 군의 정치사업 자료에서도 러시아 파병 사실에 대한 직접 언급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 북한 군 당국은 군인들의 내부 동요를 방지하기 위해 충성심 고취 및 군사 규율 확립만을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 파병 사실을 언급할 경우 동요가 일 수 있어 이를 경계하면서 “인민군대를 당의 영도에 무한히 충실한 혁명적 당군으로, 사상과 기술강군으로 철저히 준비시켜야 한다”는 기존 구호만 재차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러시아 파병 경험을 바탕으로 군인들의 현대화전 전투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전력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소식통은 “이번 로씨야 파병을 통해 현대전에서의 전투 경험이 부족하다는 군의 취약점이 드러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훈련 체계와 방법, 전략 전술이 논의됐다”며 “현대적 기술 도입이 시급하다는 당의 방침대로 앞으로의 훈련은 현대전의 실전 능력을 높이는데 모든 화력이 집중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다양한 훈련 방식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다뤄졌다고 한다.
그는 “단순한 훈련 개선이 아니라 드론전, 무인기전, 벌방전, 산악전, 시가전, 소부대전 등 다양한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군을 체계적으로 개편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이는 외국 전투 경험에서 드러난 훈련 체계의 미비와 기술적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