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위군 훈련 빠지려 청탁했다 동료 신소로 결국…질투 때문?

비담임 교사가 학급 배정 받으려 담임 교사 곤란에 빠뜨려…동료들 신고자에 따가운 시선 보내

훈련을 받고 있는 북한 노농적위군. /사진=북한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 홈페이지 캡처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의 한 초급중학교(우리의 중학교) 교사가 노농적위군 훈련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학부모 인맥을 동원했다가 동료 교사의 신소로 비판 무대에 오르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회령시의 초급중학교 교사 20대 여성 김모 씨(가명)는 겨울방학 기간 예정돼 있는 노농적위군 훈련을 받지 않기 위해 시당위원회 민방위부 간부와 연줄이 닿아 있는 학부모에게 훈련에 참석한 것으로 서류를 꾸며달라는 청탁을 했다가 문제시됐다.

북한에서 모든 미혼 여성은 노농적위군 훈련에 참가해야 하며, 여성 교사들도 결혼 전이라면 매년 겨울방학마다 이에 참가해야 한다. 훈련은 각 시·군에 위치해 있는 붉은청년근위대 훈련소에서 보름간 진행된다.

남성들은 결혼 이후에도 노농적위군 훈련에 참여해야 하지만 여성들은 결혼 이후 공식적으로 훈련에서 열외되기 때문에 북한에는 ‘총 메고, 배낭 메고 훈련 다니기 싫으면 빨리 시집을 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김 씨의 청탁 사실은 동료 여교사의 신소로 드러나게 됐다. 결국 김 씨는 교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사상이 병들었다”라는 비판을 받았고, 맡고 있던 학급도 내려놓게 됐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노농적위군 훈련에 불참하려 했던 담임 교원을 신소한 동료 교원은 맡은 학급이 없던 비담임 교원으로 늘 김 씨를 질투했다”며 “담임 교원은 학부모들에게 받은 뇌물로 생활에 보탤 수 있지만 비담임 교원은 먹을 알(이익)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사 대부분은 학급을 맡지만, 한 학교에 5~6명 정도는 학급을 맡지 않아 담임 교사가 되기 위해 교사들 간 암투가 벌어지기도 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매년 초에는 학급을 맡으려고 교원들 간 다툼이 벌어진다”며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교원도 새 학기가 다가오니 학급을 배정 받기 위해 벼르고 있다가 김 씨를 의도적으로 신소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해당 학교의 교사들은 동료를 제치고 학급을 맡으려 신소한 교사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내면서 “담임 자리를 차지하려고 동료를 신소하다니 심보가 못됐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맥을 동원해 노농적위군 훈련에서 빠지는 일은 워낙 비일비재하게 일어나 교사들 스스로 이것을 큰 문제라고 보지 않고, 오히려 동료를 신소해 곤란에 빠뜨린 것을 더 나쁜 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신소한 교원은 결국 담임도 못 맡고 평판도 안 좋아질 것”이라며 “학교가 담임 자리를 주지 않았을 때는 처음부터 마땅한 이유가 있지 않겠냐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